이한규의 사랑칼럼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말

권영구 2006. 1. 17. 17:09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말

 


작년 5월, 대부도에서 가슴 아픈 보트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구자희 씨 가족은 오빠 가족들과 함께 입파도에서 총 8명이 레저용 보트를 타고 대부도로 출발했습니다. 30분쯤 지났을 때 배가 그물에 걸렸는지 배를 몰던 오빠가 다급히 소리쳤습니다. “배에 물이 찬다!” 곧 그녀는 6세 된 딸을 안고 바다로 뛰어들었고, 딸은 “아빠 119에 신고해!”라고 외쳤습니다. 모두 바닷물에 빠졌을 때, 보트 앞부분에 있던 남편이 말했습니다. “여보! 그 옆의 동그란 거(김 양식장 부표) 붙잡고 있어! 내가 갈께!”

그녀의 오빠는 사태를 수습하려고 주변을 헤엄치고 다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파도도 잔잔했기에 지나는 배만 있으면 금방 구조될 것이라고 서로 격려하며 버텼고, 6살, 5살, 3살의 아이들에게는 “곧 구조될 거니까 조금만 참자!”는 말로 다독였습니다. 멀리 보트가 두 번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들은 양식장 말뚝을 딛고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보트는 보지 못하고 그냥 사라졌습니다.

밤이 깊어가며 식구들이 한명씩 의식을 잃어갔습니다. 딸이 정신을 잃어갈 때, 그녀는 “자면 안 돼!”하고 외치며 힘을 다해 딸의 구명조끼를 흔들었지만 딸은 곧 의식을 잃었고, 남편도 “여보!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처럼 가족들이 죽어가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은 검은 바다 위에 눈물을 뿌리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결국 8명 중에 그녀만 14시간 만에 구출됩니다.

그녀의 남편이 한 마지막 말 “여보! 미안해!”라는 말은 “여보! 사랑해!”라는 말입니다.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면 서로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낍니다. 배우자에게 투정부린 날이 얼마나 많습니까? 결혼 전의 남녀는 서로의 뒷모습을 보며 매력을 느껴 결혼에 이르지만, 결혼한 부부는 서로의 뒷모습을 차마 쳐다보지 못합니다. 뒷모습에 아롱져 새겨진 ‘당신의 수고’를 알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삼가야 할 일은 부부가 서로를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이고, 제일 소중한 일은 “여보! 사랑해!”라는 말로 부부가 서로를 감격시키는 일입니다. “여보! 사랑해!”라는 말을 하기 쑥스러우면 “여보! 미안해!”라고 하면 됩니다. 그런 말은 부부간에 가장 아끼지 말아야 할 말이고,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그 말은 돈보다 소중하고, 멋진 외출보다 더 기쁨을 주고, 감정의 연료탱크를 채워주는 소중한 연료이며,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고,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말입니다.

그 말을 언제 마지막으로 해보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적이 아마 까마득한 옛날이 아닙니까? 어느덧 그 말을 영원히 듣지 못할 때가 옵니다. 그 전에 “여보! 나만 생각해!”라는 말보다 “여보! 사랑해!”라는 말이 더욱 많이 하십시오. 그 말은 신선한 공기처럼 잿빛 하늘 아래의 우울한 마음을 푸른 하늘 아래의 상쾌한 마음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런 신선한 영혼의 공기가 오늘은 더욱 그립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