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버님을 잃고, 어머니와 아들 단둘이 사는 가정이
있었습니다. 살림이 넉넉지 않아 어머니께서는 식당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못 펴보고 일 해오신
지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가자 어머니 몸에서도 이상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고, 어머니는 물리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해서 받으셔야 했습니다. 몸이 안 좋으신 어머니께서는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고, 장기간 약을 복용해서 속도 많이 안 좋으셨나 봅니다.
최근에는 거의 A 음료회사에서 나온 쌀 음료 밖에는 못 드셨답니다.
중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는 어린 아들이 보기에도 어머니가 많이
안타까웠나 봅니다. 아들은 추석에 친척 집에서 받았던 용돈을 쓰지 않고 아껴뒀다가, 어머니 드릴 쌀 음료를 사러 슈퍼에 갔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는 식사 대용으로 드실 쌀 음료를 넉넉히 구입할 수 없었겠죠. 아들은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다음
날, 그 회사 배달 기사 분으로부터 집의 위치를 묻는 전화가 왔다고 하더군요. 어린 학생이 혼자 가져가기에는 무거울 것 같아서 직접 배달해
주시겠다는 말씀과 함께.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사촌 동생의 집까지 직접 쌀 음료 세 박스를 배달해주신 기사 아저씨께서는 “ 다 드신 후, 또
구입하셔야 할 때에 연락주세요. 직접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라는 친절한 메모까지 남겨 놓으셨답니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다음 날 음료 회사에서 아들에게 메일이 왔다고 합니다.
“저희 회사의 쌀 음료를 소비하지 않으셔도 좋으니, 어머님께서 식사를 제대로
하시고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라고요.
얼마 전 인터넷 웹 서핑을 하다가 읽었던 사연을 대략 적어봤습니다. 어린 학생의 마음
씀씀이도 예쁘고, 고객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음료 회사도 감동스럽더군요.
며칠 전에는 저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벌써 아흔 가까이 되신 저희 할머님께서 욕실에서 넘어지셔서 발목을 접지르셨습니다. 급한 마음에 할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서 검사
받고, 물리치료를 받은 결과 큰 이상은 없다고 하더군요. 혹시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닌지 많이 걱정했는데,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정도
병원을 다니시던 할머니께서 이제 괜찮아졌다며 병원에 가지 않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의사 선생님이 그만 나오라고 할 때까지 나가셔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지만, 할머님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할머니께서 병원을 나가시지 않은 지 이틀 째 되는 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몇 번 더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이죠. 할머니께서 괜찮다고 하셔서 안 나가는 거라고 간호사분께 말씀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갑자기 벨이 울려 현관문을 열어보니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직접 집까지 찾아오셨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사소한 충격에도 뼈와 근육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충분히 치료를 받으셔야 한다면서, 퇴근하시는 길에 할머님을 치료해 드리러 일부러 오신
거라고 하시더군요. 의사선생님께서는 “모든 환자들에게 그와 같은 방문 치료를 해드릴 수는 없지만, 나이 드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퇴근할 때마다
이렇게 치료해 드리기도 합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가 인터넷에서 읽었던 쌀 음료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고객 만족’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주는 것, 진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고객을 대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료비도 한사코 사양하시며 가는 의사선생님께 음료수 한 잔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며 아직 세상은 많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최용준 회원님 글
<휴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