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65세, 인생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권영구 2026. 4. 9. 11:24

나이가 들수록 삶에서는 점점 정리할 것만 늘어만 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줄고, 이미 해낸 일들을 돌아보며 조용히 마무리하는 시기라고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왜 스스로 끝을 정하고 있을까?”하고 말이죠. 인생의 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그 길 위에서 저는 여전히 숨 쉬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성실히 일했고, 반복되는 하루도 잘 버텨냈습니다. 덕분에 지켜낼 수 있었던 것도 많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미뤄둔 바람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릴 적 품었던 꿈, 하고 싶었지만 ‘현실’이라는 이유로 접어둔 일들 말입니다. 그중 하나가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을 말로 남기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그 마음 앞에 ‘내 나이에?’라는 질문이 먼저 서 있더군요.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나이는 포기의 이유가 아니라 축적의 증거였습니다. 수십 년을 살아오며 겪은 실패와 선택, 후회와 회복이 모두 제 안에 쌓여 있었지요. 그 세월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는 이전보다 더 단단해졌고,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시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그래서 작은 행동을 하나 선택했습니다. 배우러 가보기로 했고, 한 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를 미리 정하지 않았습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보다, 해보지 않고 끝내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오래 일해도 질리지 않을 일을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설렜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해 선택한 일’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종종 시니어에게 묻습니다. “이제 좀 쉬셔야죠.” 물론 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평온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도전 속에서 더 큰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배우는 자리에서 다시 초보가 되는 경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저를 다시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성장한다는 감각은 나이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성취가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기억, 그리고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지 모습입니다. 나이 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삶. 그것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는 유산이라고 믿습니다. 말로 가르치기보다, 살아내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혹시 마음속에 작은 불씨 하나를 품고 계신 분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해 덮어둔 꿈, 한번쯤 해보고 싶었지만 미뤄온 일... 지금이 바로 시작하기에 충분한 나이라고요. 우리는 이미 인생의 고수입니다. 버텨왔고, 살아냈고, 다시 일어설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두 배로 산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이 이제야 이해됩니다. 새로운 길 위에 서는 순간, 하루는 다시 길어지고 마음은 다시 뜨거워집니다. 인생은 끝을 향해 가는 직선이 아니라, 선택에 따라 넓어지는 여정이라는 것을요. 오늘도 저는 그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늦은 출발이 아니라, 깊어진 출발로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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