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역삼동에서 가양동으로 이사한 후,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말로 들어서는 실감이 안 되어 직원들의 동선을 그대로 경험해 보기로 하고,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지하철을 선택했다. 9시 출근, 6시 퇴근에 맞춰 종합운동장과 가양역을 연결하는 9호선 급행 지하철을 타 봤더니, 지옥철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출근하면서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나 일할 기운이 없어지고, 꼼짝달싹하기 힘든 출퇴근 시간의 경험이 정신적으로 사람을 너무 피곤하게 했다. 기분 좋게 출근하여 신나게 일할 일상이 처음부터 꼬여 버린 느낌이었다. 기사 딸린 비싼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임원들은 직원들이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간에 공허한 관계만 지속할 뿐이다.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8-5제(8시 출근, 5시 퇴근)를 시행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렇게 바꿨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보완책을 마련하고 인사 부문과 합의한 다음, 2017년 1월, 새해를 시작하면서 전격적으로 우리 상품 부문만 9-6제에서 8-5제로 바꿨다.
출퇴근 여건이나 아이들 양육으로 9-6, 10-7 등을 선호하는 직원은 예외로 하고, 자율권이 보장되는 탄력근무제를 시행했다. 여러 불편한 점이 있었겠지만, '8시로 출근은 한 시간 앞당겨 놓고, 퇴근은 6시 그대로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게 뻔하므로 5시 정각이 되면 부문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퇴근을 독려했다.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최고위 리더가 강조하는 사항이 중간 리더에 의해서 순응이 안 되어 말단 직원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을 때다. 부문장 - 본부장 - 팀장 - 파트장 - 파트원으로 연결되는 위계조직에서 중간 간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5시 칼퇴근을 철저하게 보장하지 않으면 조직의 질서는 완전히 붕괴해 버린다. 하루도 빼지 않고 몇 개월을 5시 정각 퇴근을 강요하는 부문 순시를 계속했더니 특히 여름, 해가 길어졌을 때 저녁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정말 좋다는 피드백이 거의 모든 직원에게서 나왔다. 직원들은 큰 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지만, 그 가려운 데를 리더가 알고 긁어 줬을 때, 조직은 강한 힘으로 뭉친다.
이 책의 저자 안희만 이사장님(홈플러스 이파란 재단)은 홈플러스 상품 총괄 부사장에서 퇴임할 때, 550명 전 직원이 작별의 손편지를 직접 써서 전달하면서 눈물바다가 되었을 만큼 부하들에게 존경 받았던 덕장입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을 소유한 분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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