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때, 한문 시간만 되면 숨고 싶었다. 한자 이름을 풀이하거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을 때 특히 그랬다. 미숙, 미경, 향숙, 은주 등등 친구들의 이름은 내 기준에서 다들 예쁜데, 내 이름 ‘김상임’은 너무 이상했다. 숭상할 상(尙) 자에 맡길 임(任) 자를 쓰는데,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호적에는 임신할 임(妊) 자로 올라가 있다. 내 이름의 한자 뜻을 알게 되면 친구들이 비웃을까 걱정이 된 나는 한문 수업이 있는 날에는 제발 내 이름이 거명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문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얘들아, 이다음에 남자친구가 너희들 이름에 ‘씨’라는 호칭을 붙였을 때, 우리 반에서 누구 이름이 가장 멋질 것 같아?” 친구들이 이런저런 이름을 말했고, 잠시 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생각에는 상임 씨야” 순간 머리를 숙이고 있던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나중에 커서 선생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선생님 눈에는 한자 이름 때문에 불편해지고 창피해 하는 나의 마음이 보인 것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 이름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던 것이다. 그 시간 이후로 내 이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고, 콤플렉스 또한 완전히 사라졌다.
나쁜 아이는 없습니다. 훌륭한 부모와 선생님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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