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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환경단체가 朴 시장 비판한 이유

권영구 2018. 3. 8. 15:18

[한삼희의 환경칼럼] 환경단체가 朴 시장 비판한 이유


입력 : 2018.03.03 03:09

市 에너지 정책 과잉 홍보… '빈 수레' 지적
대중교통 무료 失敗에도 '할 일 다 했다'는 서울시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서울시의 '미세 먼지 악화 때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정책 폐기를 밝히면서 "정부의 더 강력한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로서 목적을 다했다"고 했다. 서울의 대기질 개선 책임은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나눠 진다. 절반 책임을 진 서울시가 자기 주도적 해결 방안을 내놓은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 촉구하고 손 털었다. 그 조치란 승용차 의무 2부제를 말할 것이다. 인기 끄는 무료 운행은 내가 하고 반발 부를 2부제는 남에게 맡긴다는 것으로도 들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단체 출신이다. 시민단체는 재원, 인력이 부족하고 법적 권한도 없다. 그래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것에 활동의 초점을 둔다. 그러나 30조원 세금을 쓰는 서울시라면 마중물로 끝낼 게 아니라 실속 있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버스·지하철 무료 운행에 쓴 돈 150억원을 노후 경유차 대책에 투입했다면 1만8000대를 조기 폐차시킬 수 있었다.


박 시장은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때 한밤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며 참석자 1500명의 자가 격리를 주장했다. 그 1500명 가운데 환자는 나오지 않았고 서울시 직원들만 진땀 뺐다. 서울시라면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고 종합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메르스 때 서울시는 정부와 협력보다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단독 플레이를 했다. 이번 대중교통 무료 정책도 경기도·인천시와 조율 없이 치고 나와 갈등을 빚었다.

시민단체는 정의(正義)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하다. 상황을 선악(善惡) 대결로 단순화한다. 서울시의 '원전 한 기(基) 줄이기'도 그렇다. 에너지 절약, 태양광 확충이야 누가 뭐라겠는가. 굳이 원전을 악으로 설정해 악마를 물리치는 천사의 이미지를 가지려 했다.

서울시는 작년 6월 '2012년부터 벌인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의 총량 성과가 원전 1.8기 분'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아주대 교수·예방의학)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소리만 시끄러운 빈 수레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환경단체 대표가 시민단체 출신 박 시장을 비판했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서울 지역 에너지 소비는 2012년 1557만TOE(석유 1t 발열량으로 환산한 에너지 단위)였던 것이 2015년 1519만TOE가 됐다. 2.4%, 38만TOE 줄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그게 아니라 23%, 366만TOE(원전 1.8기 분)만큼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냥 내버려뒀으면 에너지 소비가 2012년보다 300만TOE 이상 증가했을 텐데 태양광 보급과 에너지 효율화·절약으로 줄여놨으니 '늘지 않은 양'과 '실제 줄어든 양'을 합해 실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에 "서울 에너지 소비는 오랫동안 서서히 줄거나 별 변화 없는 정체가 계속돼왔다"며 서울시 정책이 에너지 급증을 막았다는 설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장 교수는 '같은 기간 부산 에너지 소비 총량이 8.7% 감소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했다. 또 "2.4% 에너지 소비 감소는 서울시 인구 2.6% 감소의 효과일 수 있다"며 "예산 1조9000억원 투입 성과로 보기엔 초라하다"고 했다.

그런 지적을 받고도 박 시장은 작년 7월 경북 포항의 탈핵(脫核) 특강에서 "서울시의 원전 줄이기 정책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면 원전 17기가 없어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단순 명쾌한 자기 확신으로 서울시의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행정을 처리할 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2/20180302027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