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갈며
아마도 필기구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것은 '붓'일 것입니다. 붓에 먹물을 찍어 사용하다가 잉크를 펜촉에 찍어 사용하게 되었고, 볼펜이란 것이 나와 붓과 펜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타자기가 발명되면서 글씨는 쓰는 것이 아니라 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컴퓨터시대인 지금은 거의 대부분 자판을 두들겨서 글씨를 칩니다. 초등학생들도 숙제를 컴퓨터로 하면서 자판기를 두들겨 글씨를 치고 프린터로 쭉 뽑아서 학교에 가지고 가더군요.
요즘에는 글씨를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터치를 합니다. 바로 핸드폰에...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글씨를 쓰고 치는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지요. 그냥 말을 하면 자동으로 그 말을 인식하여 글씨로 만들어 쭉 출력해주는 기기가 만들어지겠지요.
오랜만에 먹을 갑니다.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은 한 중간쯤 똑바로 잡고, 시계 돌아가는 방향으로 갈되, 손에 힘을 빼고 슬슬 갑니다. 먹을 갈면서 마음을 차분히 하고, 무슨 글을 쓸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갈아서 닳아진 먹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씨까지 알 수 있다며, 유난히 삐딱하게 갈아지는 내 먹을 똑바로 잡고 마음도 똑바로 잡으라고 하시던 할아버지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꽉 움켜쥐지 말고 손에서 힘을 빼고 슬슬 갈아봐라. 꽉 움켜준다고 그게 잡히냐? 힘을 빼야 잡히는 뱁이여!"
먹을 가는 모습을 보고 "왜 그렇게 돌을 갈아요?" 하고 어린 딸내미가 묻던 기억이 나네요. 딸의 눈에는 돌로 만든 벼루가 보였겠지요. 문방구에서 먹물을 팔기 때문에 먹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먹 가는 일이 사라진 이후로 우리의 마음의 여유도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최용우

□ 버릇 굳히기는 쉬워도 버릇 떼기는 힘들다
군버릇, 눈버릇, 말버릇, 손버릇, 입버릇, 잠버릇, 코버릇.... 버릇엔 종류도 많다. 하기야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배냇버릇까지 있으니 말이다.
거듭 배우거나 여러 번 되풀이하는 과정에 익고 굳어진 행동을 버릇이라 한다.
자면서 코를 골거나 이불을 차 던지는 잠버릇에서부터, 입을 열기만 하면 험담을 일삼는 입버릇이나 남의 물건에 슬쩍 손이 가기도 하는 손버릇까지 사람은 저마다 독특한 버릇을 지닌 채 살아간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거니와 버릇은 들기가 어렵지 한 번 들면 버리기가 어렵다. 버릇이 든 줄도 모르고 버릇대로 하기 때문이다.
버리기가 힘든 것이 버릇이라면 들 때부터 조심해야 할 일이다. 좋은 버릇이 들면 그 또한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안 된다고 실망하거나 포기할 것이 아니라 좋은 마음이 버릇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배움과 되풀이가 있어야 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든 버릇이란 우연히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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