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용어

환율변동 위험 줄이는 선물환헤지란 무엇이죠?

권영구 2010. 5. 3. 10:29
[경제기사야 놀~자] 환율변동 위험 줄이는 선물환헤지란 무엇이죠?
[조선일보] 2010년 04월 30일(금) 오전 02:40 


2008년 투자자 큰 피해 부른 '역외펀드 선물환'〈조선일보 2010년 4월 1일자 B1면〉

회사원 이모씨는 지난 2007년 11월 은행에서 약 3000만원을 투자해 해외에서 운용하는 역외펀드에 가입했다. 은행측에서는 앞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니 1년 만기 선물환 계약 체결을 요구했고, 이씨는 선물환이 뭔지도 모른 채 이에 따랐다. 선물환은 계약시점으로부터 1년 뒤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을 보지만, 반대로 올라가면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하지만 1년 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환율이 급등하자 이씨는 펀드 손실 외에 선물환 손실까지 겹치면서 단돈 70만원만 손에 남았다. 선물환에서만 150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발췌기사(2010년 4월 6일 B1면)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계절의 여왕'인 봄이 도래했습니다. 외국의 화사한 풍경이 그려지면서 해외 여행이 생각나는 요즘, 해외여행 갈 때 빼놓지 않고 챙겨야 할 것이 있네요. 바로 외국 돈입니다. 어느 나라를 가든 환율에 따라 원화를 그 나라 돈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약간 고민이 됩니다. 언제 외국 돈을 바꿔야 하는지, 또 여행이 끝나고 남은 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죠.





환위험과 선물환헤지


이런 고민은 원화를 외화로 바꿀 때 적용되는 환율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고, 오늘의 환율이 내일의 환율과 다르다 보니 언제 외화를 바꿔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환율이 고정돼 있지 않고 움직이다 보니 원화든 외화든 이를 환전하려는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의 가치가 매일매일 바뀌면서 이득이 나기도 하고 손해가 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환율 변동에 따라 보유 통화의 가치가 불확실하게 되는 것을 '환(換)위험'이라고 합니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사람들은 위험을 관리하고자 합니다. 환율 변동과 관련해서는 환위험 관리를 하게 됩니다. 이처럼 별도의 관리를 통해 환위험을 제거 또는 회피하는 것을 '환 헤지(hedge)'라고 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달러화를 바꿔서 미국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아껴서 여행을 하다 보니 돌아오는 길에 달러화가 많이 남았습니다. 여행 떠날 때보다 돌아왔을 때 환율이 내려갔다면(달러화 가치가 떨어졌다면) 남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면서 손해봤다는 느낌을 가질 겁니다.

'선물환 계약'은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선물환 계약이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달러화와 원화를 교환하기로 약속하되, 현재 시점에서 환율을 미리 정해 놓는 것입니다. 가령 미국 여행을 떠날 때 앞으로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면, 여행에서 돌아와 떠난 시점의 환율을 적용해 달러화를 팔겠다고 사전에 계약해 놓는 것입니다. 이때 사전 계약을 위해 일정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역외펀드와 환헤지

아메리카펀드, 차이나펀드, 브릭스펀드…. 이름만 들어도 외국 느낌이 나네요. 펀드 자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에 따라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런 해외 펀드에도 해외산과 국내산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펀드를 역외 펀드, 국내에서 만들어진 펀드를 역내 펀드라고 부릅니다. 역외 펀드는 펀드가 설정된 해외 지역의 투자운용 법규를 따라 투자되는 반면, 역내 펀드는 우리나라의 투자운용 법규를 따릅니다. 역내 펀드는 다시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투자펀드와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로 구분됩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는 해외에서 설정된 역외펀드와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투자펀드의 2가지가 있는 셈입니다.

역외펀드나 해외투자펀드에서 모집한 자금은 모두 달러로 투자됩니다. 두 종류의 펀드 모두 환헤지가 가능한데, 국내에 설정된 해외투자펀드의 경우 환헤지를 원한다면 환헤지가 이미 계약된 상품을 사면 됩니다. 이에 비해 역외펀드의 경우엔 환헤지를 원하면 펀드에 가입하면서 선물환 계약을 맺어 헤지를 하게 됩니다.



환헤지는 개인의 위험선호에 의해 결정

역외펀드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하면서 환헤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합시다. 이는 1년 뒤 달러화 투자자금을 원화로 바꿀 때 현재 시점에서 계약된 환율을 적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여행의 예처럼 일정기간이 지난 뒤 환율이 하락하면 선물환 계약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환율이 예상과 달리 오히려 상승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행에서 달러화를 다 쓰고 온 경우에는 선물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시장에서 높은 환율로 다시 달러화를 사서 상대편에 제공해야 계약이 완료됩니다. 이 경우 손해가 매우 크겠지요.

지난 2007년 역외펀드에 가입할 당시엔 전세계 주식시장은 활황이었습니다. 어느 나라 주식이든 투자만 하면 이득을 볼 것 같았습니다. 환율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달러화의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은 펀드투자에서 나오는 장래 수익을 가입 당시의 높은 환율에 고정시키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에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1년 뒤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여 펀드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았습니다. 더욱이 예상과 달리 환율도 급등하였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1년 전에 체결한 선물환 계약을 이행해야만 했습니다. 계약이행을 위해서는 처음 계약한 규모의 달러화가 있어야 하는데, 펀드투자 손실로 계약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달러자금을 돌려받은 투자자들은 부족한 달러화를 비싼 환율로 시장에서 새로 사서 계약을 이행해야 했습니다. 환율 상승으로 선물환 계약 이행과정에서 추가로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환헤지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환헤지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율변동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환율 전망이 쉽지 않고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개인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은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환헤지를 해서 환율변동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할 것입니다. 반대로 위험선호도가 높은 사람은 펀드가치와 환율변동의 위험을 모두 감수하면서 높은 수익을 노리고자 할 것입니다. 이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겠죠.

환율이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환헤지를 통해 환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변덕이 아주 심합니다. 환헤지는 고객의 위험선호와 관련된 선택의 문제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우리가 주로 접하는 환율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달러의 가치를 우리나라 원화로 표시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와의 환율을 나타낼 때도 그 나라 화폐 1단위의 가치를 원화로 표시합니다.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외환의 수급요인에 따라 수시로 변합니다. 보통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달러화 수요가 줄어들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원화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치가 상승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이 급등(달러화 가치 상승)한 바 있습니다.

환율 변동은 가계나 기업 등이 보유한 외화표시 자산의 가치를 변화시킵니다. 달러화 표시액은 그대로지만 원화로 환산한 가치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오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환위험을 관리합니다. 기업은 환율변동에 대비해 외화자금의 결제시기를 지연시키는 래깅(lagging), 앞당기는 리딩(leading) 등 기업 내부적으로 외화자금의 흐름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물환, 통화선물 등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해 환위험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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