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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창업 전문가] 외식업 초보자 1일 멘토링

권영구 2009. 10. 9. 22:22

[일자리가 뜬다] [출동! 창업 전문가] "음식재료값 아끼지 말라… 고추장 하나라도 좋은 걸 써야"

외식업 초보자 1일 멘토링
직접 요리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조리교육 필수
잡다한 메뉴 단순화하고 할인쿠폰 등 판촉 힘써야

지난해 11월 대구에 호프집을 연 초보 창업가 박진석씨(42). 그는 매출 부진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다 본지 '일자리가 뜬다'의 출동 창업전문가 코너(job@chosun.com )에 문을 두드렸다. 이번 주엔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과 호프주점 창업으로 연 매출 250억원대를 올리는 정한 사장(프랜차이즈 치어스)이 출동했다. 이 소장과 정 사장은 경기 분당의 정 사장 점포로 찾아온 박씨를 위해 '1일 멘토' 역할을 하며 가게 운영 노하우와 창업의 기본기 등을 생생하게 전수했다.

"나와 너무 같다" 의기투합

지난 14일 새벽 박 사장은 정 사장의 점포를 찾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경기 분당에 있는 정 사장의 점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정 사장은 노숙자 신세에서 창업에 성공, 현재 170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연 매출 250억원대의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이다. 이에 앞서 정 사장은 주말에 대구를 방문, 박 사장의 점포와 주변 환경을 조사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금세 의기투합했다. 나이도 동갑에다 한때 해외유학을 떠났던 점, 귀국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사업으로 돌아선 배경,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창업에 나섰지만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 등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전공해 미국 유학을 다녀왔지만 귀국 후 진로를 확 바꿔 동네 수퍼를 열었던 박 사장. 하지만 매출이 오르지 않아 망한 뒤 목욕탕 세신사(때밀이)까지 하다가 지난해 11월 120㎡ 규모의 호프집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가게는 적자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

정 사장의 성공 스토리는 드라마 같다. IMF 때 사업에 실패하고 1년 이상 노숙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지나가던 청소부가 던진 '젊은 놈이 한심하다'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부모님을 찾아가 5000만원을 도움받아 창업을 했지만 초창기 무수한 실패를 이어가다가 지금의 성공을 거뒀다.

외식업 창업자는 주방에서 나와야

"노하우를 전수해줄 것이라고 소개받은 주방 아줌마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고 놀러만 다녔다." 정 사장이 자신의 창업 초기 에피소드를 들려주자, 박 사장은 "나와 너무 같다"며 쌓였던 설움을 토해내면서 맞장구를 쳤다.

정 사장이 강조한 것은 서비스. 정 사장은 "초보 창업자일수록 아는 게 없다고 자책만 하지 말고 주방에서 나와서 고객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직원들이 보다 단정해 보일 수 있도록 미장원으로 보내고 고객들에게는 파격적인 할인쿠폰을 돌리라는 것이다. 처음 찾는 고객이 들어서면 반드시 사장이 직접 챙겼다. 고객이 부담스러울 정도의 깍듯한 인사, 덤 주기 등 친구나 형제처럼 고객을 대하며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자 동네에 소문이 났다. 일부 동네 주부들은 주방에 들어와 오히려 맛내는 비법을 조언하기도 했다.

기본은 챙기고 시작하라

창업체험담, 판촉노하우 및 고객관리 서비스 교육이 끝난 후 2시쯤 두 사람은 경기 용인에 있는 정 사장의 제조 및 물류 공장으로 이동했다. 조리교육장에 도착, 사원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후 정 사장은 조리를 직접 하는 박씨의 솜씨를 알아보기 위해 호프집 주 메뉴인 낙지볶음을 만들어보도록 했다. 박 사장은 예상대로 칼 잡는 방법도 제대로 몰랐다. 창업 당시 기초 교육 등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채를 볶을 때는 여러 번 뒤집지 말라." "야채는 센 불에서 프라이팬을 돌려 준 뒤 아삭할 정도까지만 볶아라." "접시에 담긴 후 더운 음식끼리 부딪쳐 계속 익게 하면 안 된다." "골뱅이 무침은 부드럽게 하지 말고 힘을 줘서 무쳐야 양념이 잘 밴다."…. '창업 선배' 정 사장의 잔소리는 끝없이 이어졌다. 정 사장은 "직접 주방에서 일하지 않아도 주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점포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고객의 입은 속일 수 없다

정 사장은 비싼 완제품 소스를 구입하면 원 재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직접 소스 만드는 법을 익히라고 주문했다. 정 사장은 즉석에서 고추장에 식초 등 간단한 양념을 섞어 골뱅이 무침용 소스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정 사장은 "고객의 입을 속일 수는 없다"면서 "재료 값 아끼려고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고추장은 한 통에 2만5000원짜리가 아니라 4만5000원짜리를 쓰고, 국수도 조금만 돈을 더 주면 잘 삶기고 탄력도 더 좋다고 했다.

"음식 담을 때 손이나 수저를 대지 말고 음식이 스스로 무너지게 내버려두세요. 그래야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정 사장의 충고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국수를 삶을 때 기름을 한 방울 넣어 탄력을 주는 법, 국수를 보기 좋게 모양내는 법, 참깨를 이용해 풍성한 느낌을 연출하는 방법 등도 전수했다.

조리교육이 끝나고 다시 분당의 매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정 사장은 점포 시설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한 후 향후 멘토링 계획을 세웠다. 박 사장 점포의 잡다한 메뉴를 구조조정하고 메뉴설계를 다시 한 후 조리교육장에 들어가 제대로 조리법을 배우기로 했다. 또 홍보 전단 등을 다시 만드는 등 판촉 계획도 다시 수립했다.

오후 8시 반. 1일 멘토링을 마친 후 고속터미널로 향하면서 박 사장은 "너무 모르고 창업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아는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옆에서 두 사람의 컨설팅을 지켜본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박 사장은 준비 부족 상태에서 자신의 감(感)으로만 점포를 운영해 온 셈"이라며 "열정이 강해 체계적인 준비만 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소장의 진단·제안

"매출분석을 통해 메뉴·가격 조정 필요 대중적인 요리주점으로 전환 검토할 만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초보 창업가 박진석 사장에 대해 "창업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경영지식이 부족한 데다 부실한 프랜차이즈 본사를 만나 창업 후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자신의 감으로만 점포를 운영해 온 셈이다. 한마디로 준비부족이 고전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두 가지 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1안〉 현 업종 유지

지금 업종을 그대로 운영한다면 분석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고객 및 매출분석을 통해 메뉴 및 가격조정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조리교육도 다시 받아야 한다. 직원에게 맡겨둔 서비스도 개선해야 한다.

점포 정체성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일본식 이자카야 분위기를 없애고, 좁고 답답해 보이는 점포 앞면도 개조해야 한다. 심야는 모르지만 초저녁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외양이다. 또 원재료 구입 구조를 개선해 원가비율을 낮춰야 한다. 창업 후 한번도 판촉이나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배후의 상주인구 및 상권 내 유입고객의 특성을 분석해 이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2안〉 업종 전환

현재 호프집은 단발성 뜨내기 고객이 많고 인근 직장인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의 80~90% 이상이 밤 9시부터 3시간 동안 일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인근 점포들처럼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꾸준히 고객을 끌려면 대중적인 요리주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테이블 단가를 낮추고 피크 타임을 늘리면 매출은 당연히 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