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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요를 걷다

권영구 2024. 12. 31. 10:37

문태성님(tsmoon1@hanmail.net)께서 권영구 대표님께 드리는 향기메일입니다.

적요를 걷다

 

바람의 볼륨을 높이는 순간
파르르 꽃잎 흔들리고
흔들린 폭만큼 지구가 기우네

바람에 길들인 바람은
꽃의 눈물을 알지 못하고
무게를 얹고도 무게가 없는
꽃은 말을 잃은 지 오래

그림자 부풀린 바람이 다녀가고
붉은 피를 쏟으며 으스스 지는
꽃잎 쓸쓸히
우주의 무늬를 따라가네

바람의 패총을 확인하는
길 위에서의 저물녘
한 때의 전성기가 후드득 지고 있네

- 유진, 시 '적요를 걷다'


2024년이 지고 있습니다.
바람 불어, 꽃이 지기도 했지만
나름 기쁜 일도 있었습니다.
감사와 기원을 동시에 품는 저물녘입니다.

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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