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늘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변하고,
어제의 나의 편이 오늘에 와선 나의 적이라며 혀를 내민다.
나에게 모든 것을 이겨내도록 한 사람이
내가 맞설 수 없는 상대가 되어 나를 무너뜨렸던 것처럼.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믿어야 하는 걸까.
항상 어긋나고 엇나간다.
내가 아파하면 그가 보고만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아파하면 다시 돌아와 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언제나 그렇게 뻔하게 어긋난다.
늘 시궁창같이 떨어지는 삶을,
한숨 한숨이 후회가 되는 삶을 놓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앞뒤 없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했다.
괴리는 갈수록 깊어지고 금은 틈이 되어 부서질지도 모른다.
늘 알 수 없는 간극에서 어쩔 줄 모른다.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는 끝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부서지고 유약한 부분은 끝없이 부서져 절대로 단단한 부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늘 그 가장 유약한 부분으로 인해 가장 강인한 부분이 생긴다.
- 김정인 단상집, <나를 앓던 계절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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