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싶을 때 -
나는 브런치에서 ‘서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이의 글을 좋아한다. 이 책을 쓰던 중 그의 글을 발견했고 이후 틈만 나면 서해의 글을 찾아 읽는다. 글이 내 마음을 울렸고, 혼자 보는 게 아쉬워 작가에게 댓글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출간 작가 000입니다. 두 번째 책을 쓰는데 작가님 글의 내용이 좋아서 내용 일부와 아이디를 기재해도 될는지 여쭙고자 댓글 올립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출간되는 즉시 한 부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혹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하고, 댓글을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참 뒤, “존재하는 사실이니 제 소유일 리가 있나요. 필요하시다면 얼마든지 쓰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답변이 왔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글을 일부 소개한다.
책을 손에 넣는 건 책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행위다.
여기서 운명이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자책과는 이런 우연한 만남이 일어나기 어렵다.
전자책은 ‘어떤 책을 읽겠다’라고 미리 내린 결정에 따라 구입한다.
내 생각에 책은 그런 식으로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
책은 읽을 필요에 따라 구입한다기보다 ‘부름에 끌려’ 만나는 물건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는 채 읽어야 할 책 주변을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책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순간 ‘맞아, 이 책을 읽고 싶었어’ 하고 깨닫는 것이 아닐까.
서로 읽어달라고 아우성치는 책더미 속에서 내게로 오는 눈빛 하나.
나는 한 번도 그 눈길을 피한 적이 없었다.
셰익스피어 서점 1층으로 내려왔다. 한쪽 구석에 메모와 편지가 잔뜩 붙어 있었다.
나도 그곳에 앉아 노란색 포스트잇에 ‘책 고르는 안목이 훌륭하군요’라고 인쇄체로 꾹꾹 눌러 썼다.
그렇게 쓴 포스트잇 쪽지를 옆에 놓인 책 중간에 끼워 넣었다.
언젠가 이 책을 읽을 누군가에게 예기치 않은 미소를 선사할 생각에서였다.
우연찮게도 책은 헤밍웨이가 쓴 ‘A Moveable Feast’였다.
한국에선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고 번역되었다.
책 쓸 때, 다른 책의 좋은 내용을 인용하고 싶을 때는 이 방법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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