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지 피를 쏟아서 쓴 것만 사랑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피를 쏟아서 쓴 것을 사랑한다고 했다. 여기서 '피'는 정신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냥 정신만으로는 부족하다. 땀과 눈물이 합쳐진, 온몸으로 쓴 생명의 산물이어야 한다. 니체는 전통적인 서구 종교와 도덕 철학에 깔려 있는 근본 동기를 밝히기 위해 그렇게 피를 쏟아서 쓰고 또 썼다. 독자가 니체의 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보통 말을 듣거나 읽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읽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인용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 몇 줄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 니체는 이것을 독서하는 게으름뱅이들의 전형적인 행태로 여겼다. 그래서 그는 누가 어떤 책을 읽고, 외우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니 그냥 알고 넘어가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크게 화를 냈다. 나는 책을 소리 내어 읽을 것을 주창하는 사람으로서 니체의 생각에 안심이 된다.
"굳이 암송할 때까지 읽고 또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차이가 없지 않나요?" 자칫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차이는 실로 대단하다. 진정한 가르침은 자신의 내면에 깊이 확실하게 넣어두는 보물과 같은 것으로 생각할 때 더 빛난다. 진정한 보물은 자유자재로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반복해서 외우고 또 외워서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정말로 알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리 내어 읽고 기억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칼끝처럼 날카로워진 지식이 나의 재산으로 축적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언젠가 한번 읽은 것일 뿐, 영원히 나의 피와 살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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