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은 일반인들을 위해 쓴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취향의 몇몇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에 세상으로부터 입을 모아 칭찬을 받을 일은 없다. 나는 그런 걸 생각해보거나 그런 영광을 위해 애써본 적도 없다. 감히 장담하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문학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괴테가 자신의 작품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입을 모아 칭찬받을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말하다니,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말에는 타인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다. '내 작품은 나와 비슷한 취향의 몇몇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괴테는 귀족사회의 복판에 살면서도 부질없는 방탕이나 사치와는 담을 쌓고, 고급한 지식과 전통문화에 대한 눈길이야 어찌되었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당당하게 걸어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한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작품이 의외로 대중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때가 있다.
미국 작가 휴 로프팅이 쓴 '닥터 돌리틀 이야기'도 작은 애정에서 탄생하여 세계적인 화제작이 된 책이다. 작가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전쟁에 동원된 말들이 무참히 죽거나 상처받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에 그는 동정심을 느끼고,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의사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썼다. 그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는데, 나중에 12권짜리 시리즈로 출간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영국 작가 찰스 럿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도 마찬가지다. 작가이기 이전에 수학자이기도 했던 도지슨은 대학교수로 일하던 시절 학장의 집에서 하숙을 했는데, 그 집 아이들과 놀면서 지어낸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중에 소설로 재탄생시킨 것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였다.
자신의 취향이나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만이라도 알아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표현을 다듬어가는 일은 무엇보다 위선이나 사심 없이 오로지 자신의 진심만을 담고 있기에 울림이 더 크다. 괴테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나 칭찬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고급 취향의 극소수 사람들을 위해 진심을 담아 작품을 썼기에 오히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괴테의 말은 작은 일 하나에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주위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경종의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