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이재훈] '뉴 노멀' 시대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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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2013-1-3
뉴 노멀은 2003년 맥나미(R. McNamee)의 저서 ‘뉴 노멀’(New Normal)에서 “새로운 기준이 일상화되고 이전보다 위험과 기회가 함께 늘어나는 시대”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후 2008년 엘-에리언(M. El-Erian)이 ‘새로운 부의 탄생’(New Markets Collide)에서 이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했고 마침 이 시기에 터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엘-에리언은 대표적인 뉴 노멀 현상으로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떨어지고 저금리의 지속, 미국 일극 체제의 고성장에서 다극 체제의 저성장화와 실업률 증가 등을 예측하면서 과거는 이제 기억 속의 시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엘-에리언의 모든 예측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이상한(?) 시대 즉 ‘뉴 노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엘-에리언의 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오히려 세계 각국으로부터 달러 수요가 몰리면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인 미국 국채는 찍기가 무섭게 동나고 있다. 정상(normal) 상황이라면 미국 달러화나 국채가치는 떨어져야 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두 차례의 양적완화로 돈의 홍수를 일으켰는데도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의 그림자조차 안 보이고 세계 각국이 유동성 부족 해소와 세계경제의 위축을 막아야 한다며 오히려 미국에 달러를 계속 찍어 내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또 유럽발 금융위기 해결방안으로 주요 선진국의 저금리 정책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단기간 뒤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아 금리 이상 현상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장단기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은행금리도 함께 올라 부채를 안고 있는 서민들 특히 하우스 푸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 이상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또 다른 이상 현상이다.
지난 50년간 고도성장을 경험한 한국기준으로 볼 때 달러화 강세, 저금리,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로 대변되는 뉴 노멀 현상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위기 이후 5~10년간의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정상(abnormal)을 정상(normal)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한 정의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뉴 노멀’ 시대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올드 노멀(old normal)의 환상 즉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위기도 곧 지나가고 다시 평온했던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달라진 세상, 새로운 경제에 맞는 새 행동양식이 나와야 한다.
특히 정부와 기업 및 개인 모두 황금시대(Golden Age)의 성공규칙에서 벗어나 체질개선과 혁신, 창조 특히 공유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선구자적 비전이 필요하다. 반대로 정부나 기업, 개인이 과거를 고수하고 내부를 지향하면 모두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를 받게 될 것이다.
먼저 정부는 핵심목표로 국가혁신을 통한 성장과 상생에 초점을 두면서 민간 부문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협의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기업들이 국가혁신전략을 제대로 파악하고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기업의 경우 과거에 익숙했던 비즈니스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히 투자해 일자리창출과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강한 조직보다는 빠르게 적응하면서 함께하는 조직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의 경우(국가와 기업도 해당) 뉴 노멀과 함께 과거와는 달리 보다 더 촘촘하게 연결된 그리고 복잡한 생태계에서 혼자 살아남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 특히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공유하면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바야흐로 ‘공유(共有)의 시대’다. 공유를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면 표준까지 만들 수 있으므로 세상은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 더구나 네트워크에 접속만 하면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비용마저 확 줄어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뉴 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전략은 공유, 즉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현명함이다.
이재훈<영남대 교수 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