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스토밍과 회의 디자인
HSG Column2015.12.24. 15:25
[HSG 칼럼]
글 / HSG 휴먼솔루션그룹 조장현 소장 (hsg@hsg.or.kr)
상품개발 회의를 주재한 홍 팀장. 그는 팀원들과 회의를 시작하면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갖자”고 말한다. 그런데 회의가 진행되자 자신도 모르게 부하직원들이 내놓는 아이디어에 판단의 잣대를 들이댄다. 분위기가 썰렁해지면서 상사가 토를 달 것 같지 않은 무난한 아이디어만 나온다. 회의가 끝난 뒤 홍 팀장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왜 이렇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없지? 너무 뻔한 것뿐이네.”
홍 팀장은 자신이 브레인스토밍을 망친 원인 제공자라는 사실을 모른다. 브레인스토밍이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진짜 프로들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회의 이전에 사전 준비와 연구에 심혈을 기울인다. 창조적인 디자인컨설팅기업으로 알려진 IDEO에서는 전팀원이 각자 사전에 연구와 조사를 먼저 하고 회의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어 벽에 게시한다. 한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거기에서 연결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으로 계속 추가한다. 이렇게 나온 수백가지 아이디어 중에서 스티커 투표를 통해 최종안을 선택한다. 철저하게 팀원들의 준비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회의 진행을 ‘위임’한다. 마크 트웨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 아이디어로 성공할 때까지 괴짜로 보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 역시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상사는 미친 것 같은 아이디어를 들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회의 진행 권한을 팀원에게 위임해 상사의 눈치를 덜 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IDEO는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할 때 누군가가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면 회의 진행자가 이를 경고하는 종을 울린다.
셋째, 비판이 필요할 경우에는 ‘플러싱’(plussing)한다.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등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에는 플러싱이라는 회의 원칙이 있다. 다른 사람의 작업에 대해 비판할 때 반드시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더해(plus) 대안 없는 비판을 지양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픽사의 직원들은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무작정 비판하기보다 무엇을 보태면 더 근사해질지 고민하면서 혁신적인 애니메이션을 지속적으로 창조했다.
브레인스토밍이 성공하려면 리더의 의지나 구호만으로는 어렵다. 그보다는 ‘회의 디자인’을 통해 어떤 의견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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