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위기 이후 ‘뉴노멀 시대’ 진입에 따라 기업들은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비용 절감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와 매출 증대에 다른 이익 증가 효과를 비교해볼 때 그 중요성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간접비용 5% 절감 효과는 매출 25% 증가 효과와 동일하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 경영의 ‘비용 절감의 타당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성장을 침해하는 원가 절감은 기업의 ‘성장 정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성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까.
01 규모보다는 실익 추구
뉴노멀 시대의 ‘전략적인 구매’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구매 부문을 강화하고 효율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GE는 e옥션 등 온라인 구매를 확대함으로써 원가 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업무 프로세스의 일부나 전반을 위탁수행하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서비스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필기구, 복사용지, 프린터 토너 등 다양한 소모성 자재의 구매대행업체인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서비스 기업들이 지속성장을 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공공기관도 MRO 업체를 사용하는 추세다.
케빈 코인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들의 비용절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해당부서 비용구조를 한꺼번에 고쳐 비용절감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에 여러 가지 구체적인 행동을 조합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 어느 정도의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는가에 따라 조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 부서의 절감 목표가 몇 %인지 전략적으로 파악해 관리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비용 절감 목표가 10%일 경우,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절감노력도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비용 절감 목표가 20%인 경우에는 부서 전반의 활동을 재조직해 가장 가치가 낮은 부분을 제거한 후 자원과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 기업들이 HR 부서와 다른 부서 간 업무조정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맥킨지의 조사 결과처럼 관리 부분에서의 비용 낭비를 우선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 구축한 정보 수집 및 처리 프로세스 때문에 자원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지 않는지 등에 대해서 확인하고 관리해 나가야 하며 불필요한 곳에 자원과 인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비용 절감 30%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타 부서와의 협업이 핵심이다. 부서별 구매를 통합함으로써 높은 구매협상력을 강화해 단가를 낮추고, 각 부서에서 진행하는 시장분석 결과를 공유하며, 훈련된 소수의 채용 담당자를 정해서 인력 낭비를 줄이는 체계적인 노력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매출 증대가 중요한 만큼 비용 절감도 중요하다”며 “작은 부분에서, 부서 간 협력을 통해 낭비 요인을 찾는 데서, 비용 절감의 첫발을 내딛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부품업체에 납품단가를 30% 이상 인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부품가격 억제를 통해 신흥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도요타는 향후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소형차 생산비용 인하에 박차를 가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저가 전략에 기업 경쟁 ‘치열’
선진국 시장에서는 소위 명품 기업들도 중저가 제품라인을 신규 출시하는 등 구매력이 약화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경쟁사 대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과감한 가격 인하 전략을 단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 제품의 고급 사양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개선해 제품 이미지의 추락을 방지하는 데도 열중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코치(Coach)는 가격대는 낮추고 디자인은 업그레이드해 ‘합리적 가격의 명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하면서 코치는 이 전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폭스바겐은 저가 특판 모델을 출시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초 기존제품보다 가격이 2600유로 인하된 미니밴 특가모델 ‘팀(Team)’을 출시했다. 이와 함께 저금리 할부 판매, 보증기간 연장 등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편 최근 일본 기업은 아시아 신흥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일본 특유의 ‘고품질·고성능’ 전략을 버리고 아시아 중산층을 대상으로 저가시장, 이른바 ‘볼륨존(Volume Zone)’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발 경기 악화 이후 시장 의존도를 미국에서 신흥시장으로 옮기는 데 주력해 왔으며,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중간소득층을 볼륨존이라 명명하고 집중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15일 뉴델리 기자회견장에서 오오츠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은 “파나소닉은 인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파나소닉의 아시아 시장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소니도 제품가격을 4만엔(약 48만원) 대로 낮춘 중국 전용 32인치형 LCD TV를 중국 전역에 출시했고, 후지필름은 아시아와 남미 등에 100달러 이하의 콤팩트형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였다.
일본 정부도 자국 기업들의 아시아 진출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통상백서`에서 “일본 기업의 신흥시장 진출 확대가 중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투자환경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3월엔 `아시아종합개발계획`을 마련, 아세안,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반에 교통망과 물류망을 정비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아시아 신흥국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정비함으로써 일본 기업들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02 서구에서 아시아 중심 시장 변화에 대응
최근 아시아가 꿈틀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 쪽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IMF는 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9%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1~3%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 전망치이다. 올해 아시아 전체 GDP는 유럽 GDP를 넘어설 전망이다. 글로벌 위기 이후 급속도로 커진 아시아 경제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아시아 국가는 G20의 핵심 플레이어로 등극했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5개 아시아 국가가 G20 회원국이다. G20은 이미 G8로부터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넘겨받았다.
P&G도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뎁 헨레타 P&G 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가처분소득이 감소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가들은 타격을 덜 받았다”며 “P&G는 인도 등 신흥국 중산층에 초점을 맞춰 저렴한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제품군도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위기 이후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자 발 빠르게 대처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서구 중심의 비즈니스 문화가 아시아의 문화로 조금씩 대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팻 도슨 다우케미컬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서구인들은 법률 등 공식적 관계를, 아시아인들은 내밀한 비공식적 관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서구 표준만을 강조해선 안 되며 앞으로는 아시아의 비즈니스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뉴노멀 시대에도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등 신흥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03 이젠 존경받는 기업을 향한 노력 절실
저성장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꾼다. 낮은 성장률은 ‘큰 돈’을 벌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실적에 따라 높은 임금을 주더라도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는 인기가 없어진다. 성공하더라도 크게 돈 벌 기회가 과거보다 적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돈이 아닌 다른 가치에서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도 보이게 된다. 이러한 가치의 변화는 ‘존경받는 기업’의 등장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저탄소 경제에서 정부는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은 친환경·저탄소 제품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부가 도입하는 ‘환경마크제도’나 ‘탄소성적표지제도’ 같은 환경규제는 친환경적 경영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소비자들도 대량 소비, 과소비에서 절제된 소비, 착한 소비로 가치의 중심을 이동시킬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공정무역, 로컬푸드(Local Food : 지역밀착형 생산·소비운동) 그리고 친환경 유기농산물 소비 증가 등이 이런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러한 요소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명성을 결정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기업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혁신에 대한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혁신은 언제나 큰 이익을 내는 지름길이다. 동시에 혁신은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도 하다. 혁신을 통해 자금을 축적, 사회에 나눠줄 수 있다. 사회의 필요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혁신을 많이 하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해지는 가치가 바로 파트너십이다. 다른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는 기업들은 생존하기 힘들다. 기업 간에도 에코 시스템(Ecosystem)이 필요하다. 보다 큰 에코 시스템을 지향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는 기업들은 최고의 파트너를 얻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 진입에 따라 사람의 중요성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재들의 사고방식 변화가 기업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대학과 MBA를 갓 졸업한 재능있는 젊은 인재들은 자신들만의 가치 체계를 구축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기를 원한다.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기에 집중한다. 본인의 일을 하면서도 세계를 바꾸는 일이라면 더 많은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
또 소셜네트워킹 수단을 활용,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보다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04 스마트 소비자 위한 고객가치극대화 추진
뉴노멀 시대 이후 소비자가 변하고 있다. 더욱 신중하고 더욱 실용적인 성향의 스마트 소비자가 대세를 이룬다. 호황기의 높은 안목과 불황기의 절약이라는 상반된 가치의 타협점의 일환으로 스마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성향은 주로 선진국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할뿐 아니라 품질이 좋아야 구매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소비 패턴의 이원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얇아진 지갑을 의식해 한 푼이라도 아껴 쓰는가 하면, 인류애와 지구촌 미래를 위해 기꺼이 높은 값을 지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찌 보면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슬기롭고 가치있게 소비한다는 점에서 `현명한 소비`로 평가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소비자들은 본인 지출을 이원화하곤 하는데, 필수적인 소비는 절약하는 경향이 있고 자기를 표현하는 소비에는 과감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05 뉴노멀 리더십 정립
피터 드러커는 “경영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리더십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CEO가 리더십을 발휘해 기업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면 올바른 일을 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한다.
이것이 뉴노멀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또한 세계 최고의 경영 구루 중 한명인 개리 하멜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위기 후 경영을 완전히 탈바꿈시키려면 우선 경영진이 더 이상 결정권자 역할만 하지 말고 근로자들이 최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영진은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직원들이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적 재산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근무하고 싶은 기업인 세계 최대 비상장 소프트웨어 회사 SAS와 같은 기업들은 직원 만족도를 높여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기업이다.
하멜 교수는 직원들의 관심사가 소비자, 주주보다 우선해야 하며 주주 우선주의나 소비자 지상주의와 같은 전통적인 관념을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료간 평가도 중요하다. 기업 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직원 간 협력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하멜 교수는 말했다. 이때 직원 간 협업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장을 모두 아우르는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이면서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구도 하에서 상품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협력은 곧 소통이다. 소통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뉴노멀 시대의 경영자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0년 11월호 -
'경영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칼럼-이재훈] '뉴 노멀' 시대의 생존전략 (0) | 2016.04.21 |
---|---|
브레인스토밍이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0) | 2016.01.07 |
가상 고객모델 100개 만들어 세밀하게 공략 (0) | 2013.12.10 |
쌍용車 부활 비결은 '란체스터 전략<전면전 피하고 국지전에 화력 집중>'… (0) | 2013.11.13 |
[경영에세이]생각을 다르게 하면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 (0) | 2013.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