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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채소 5총사(무·배추·고추·마늘·양파)… 37년 만의 大豊

권영구 2013. 10. 25. 09:14

 

[오늘의 세상] 김장 채소 5총사(무·배추·고추·마늘·양파)…

 

37년 만의 大豊

  • 김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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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입력 : 2013.10.24 03:04

    2000년 이후 재배면적 줄고 있지만… 올해 비 피해 적어
    가을 배추 공급 6~11% 증가, 20포기 김장 20만~22만원… 작년보다 비용 30% 줄듯

    무, 배추, 고추, 마늘, 양파 등 김장 재료로 쓰는 5대 채소류의 올해 작황이 좋아 37년 만의 대풍(大豊)을 기록할 전망이다. 5대 채소류의 생산량이 모두 늘어나 풍년을 기록한 것은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태풍 피해도 보지 않고, 비도 적당히 내리는 등 날씨가 좋았기 때문이다.

    본지가 23일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채소류 5대 품목 연도별 생산 동향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무는 116만t, 배추는 226만t이 생산돼 작년보다 생산량이 각각 2%, 5.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고추(전년 대비 증가율 6.6%), 마늘(21.5%), 양파(8.2%)도 작년보다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그래픽 참조〉.

    지난 11일 강원도 평창 대관령에서 한 농민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배추 생산량이 작년보다 12만t 이상 늘어나는 등 김장과 관련된 주요 채소 5개 품목이 37년 만의 대풍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1일 강원도 평창 대관령에서 한 농민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배추 생산량이 작년보다 12만t 이상 늘어나는 등 김장과 관련된 주요 채소 5개 품목이 37년 만의 대풍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농식품부 관계자는 "잎채소 재배 면적이 2000년 이후 매년 줄어드는 추세인데, 올해 5대 채소의 생산이 모두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시장에 나오는 시기가 10~11월인 가을 채소는 전년 대비 생산량 증가 폭이 더 크다. 올해 가을 배추는 생산량이 전년 대비 6~11% 늘어나 수요보다 공급이 12만t 이상 많은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을 무는 재배 면적이 9%(7300㏊) 이상 줄어 수확량은 작년과 비슷하지만 9월 이전에 비축된 물량이 워낙 많아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이다. 또 고추(5%), 마늘(27%)의 가을철 물량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가락시장 배추 거래 물량의 80% 이상을 취급하는 대아청과 이상용 이사는 "20년 넘게 일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도매시장에서도 '물량이 많아 걱정'이라는 도매상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다 일제히 늘어간 김장용 채소 생산 증가율 그래프

    채소류는 워낙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들쑥날쑥해 정해진 풍년의 기준은 없다. 통상 전년 대비 생산이 늘면 작황이 좋은 것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채소류 생산량이 한꺼번에 늘어난 원인을 수확기인 9월 이후 날씨가 매우 좋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가을 채소는 수확 전에 비가 오면 수확량과 품질에 치명적 타격을 받는데, 이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천일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은 "늦여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에 태풍이 상륙해 피해를 주지 않았고,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린 날도 없었다"며 "특히 무·배추밭이 많은 전라북도와 충청권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채소 출하가 늘면서 소비지의 채소 가격은 예년보다 많게는 40% 넘게 떨어졌다. 유통업체인 이마트는 최근 "11월 초 4인 가족 김장비용(20포기 기준)은 20만~22만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작년보다 21~29%가량 줄어든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김장을 담그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작년보다 30% 가까이 비용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은 가격 급락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22일 가락시장에서 배추 1망(3포기) 경매 가격은 3000원대로, 포기당 가격이 1000원을 갓 넘는 수준이다. 9월 초까지만 해도 1망 가격은 1만3000원 안팎이었다. 박병승 강원도 대관령 원예농협 조합장은 "이런 가격이면 농민이나 산지 유통 상인들은 생산비도 못 건진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농민 피해를 우려해 23일 김장 채소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계약 재배한 배추 물량 8만t을 시장에 풀지 않고, 마늘·고추의 정부 수매를 늘리고 정부 보유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