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B 아름다운 묵상

새들의 지붕

권영구 2012. 12. 28. 10:16

새들의 지붕

은혜는 모든 기대를 버린 사람들에게 흘러 들고,
그들을 통해 흘러 나간다. - 찰스 스윈돌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
그 별똥별들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 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


-정호승의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KLB 아름다운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에 대하여  (0) 2013.01.29
말의 태도  (0) 2013.01.12
나에게 “샬롬”으로 인사하기  (0) 2012.12.27
건초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나요?  (0) 2012.12.25
시간을 붙잡고 사는 삶  (0) 201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