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에
나뭇 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 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도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힌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여위어 간다 ⓒ이해인(수녀) 1966 <민들레의영토>

□ 사람은 원래 걷게 되어 있습니다.
불과 2-3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두 다리로 걸어다녔습니다. 그런데 경제발전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을 모두 없애 버렸지요. 전부 '차가 다니는 길'로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요즘엔 어디든 차 때문에 사람들이 맘놓고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걷는 본능까지 없어졌을까요? 아닙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올레길 열풍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차를 피해 사람들만 걷는 길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예 ~ 올레!! 제가 살고있는 이곳에도 벌써 몇 군데가 생겼습니다.
대청호 전체를 도는 대청호둘레길 16코스(166km)가 생겼고 (제가 어부동에 살 때 자주 올라갔던 뒷산이 올레길 코스가 되었네요. 신기하당) 대청호반길 11코스(60km)가 새로 생겼습니다. 대전둘레산길잇기 12코스(125km)도 있고, 요기조기 뒷산에 오르는 짤막한 코스들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 이제 바야흐로 사람들이 걷기 시작하는군요. 걸어야 합니다. 열심히 지도를 챙기는 것을 보고 다른 식구들의 마음이 심란합니다. 별난 아빠 때문에 걷게 생겼다면서.. ㅎㅎ 걸으면 살고 앉으면 죽는다니께....(사진:제주올레길 4코스를 걷는밝은이)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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