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자존감!
누구에게나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 또렷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몇 가지씩은 다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기억에도 없을 그 일이 나에게는 조금도 퇴색되지 않고 늘 생각나는 그런 기억 말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기억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 한가지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자 동창들에게 정말로 말 한마디도 걸어보지 못한 쑥맥이었던 저에게 연분홍 연애편지가 2천통이나 날아온 사건입니다.
당시에 '소년중앙'이라는 월간 잡지가 있었는데, 우연히 저의 무슨 글 한편이 실렸습니다. 그 글 아래 달려 있던 주소를 보고 전국에 있는 여학생들이 소위 말하는 '펜팔 편지' 뭐 그런 것을 엄청나게 보내온 것입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우체부 아저씨가 동네사람들에게 우리 집을 물어물어 찾아와 제 이름이 적힌 편지 한 통을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생전 처음 받아본 편지! 그 첫 편지의 주인공인 경남 함안의 '김정애'라는 여학생의 이름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는 편지가 한 다발씩 날아왔습니다. 나중에는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 집에 오는 편지만 따로 담는 봉투를 만들어 거기에 한 봉투씩 담아 가지고 와 마루에 부어 놓고 가곤 했습니다. 그 뒤 라면상자에 담아놓았던 편지를 일일이 세어보니 2천통이 훌쩍 넘었습니다. 편지들을 학교에 가지고 가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친구들 앞에서 우쭐댔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찬란했던 순간을 제 생애에 다시 한번 재현해 보고 싶습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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