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스냅 - "덥석 무는 순간 당신의 선택을 의심하라"

권영구 2009. 10. 11. 17:09

"덥석 무는 순간 당신의 선택을 의심하라"

 

입력 : 2009.10.10 03:15

스냅
데이비드 애들러 지음|김태훈 옮김|미래인|339쪽|1만5000원

이 책은 《블링크》의 저자 맬컴 글래드웰이 불러일으킨 '직관(直觀)'열풍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의도로 저술됐다. 행동경제학 내지 행동재무학의 이론으로 무장한 저자는 이성과 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래드웰식(式)의 직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이다. "본능에 따른 행동의 부작용을 막을 규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성보다 직관을 앞세울 때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 극단적 사례이다."

저자의 주요관심은 투자의 심리학이다. 글래드웰은 "덥석 무는 순간 그 판단을 신뢰하라"고 가르친 반면 애들러는 "덥석 무는 순간 당신의 선택을 의심하라"고 역설한다. 애들러는 글래드웰식의 직관우선은 사랑을 할 때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투자를 할 때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급한 판단과 첫인상은 확률이나 가능성 혹은 복리를 계산하고 주식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여기서 애들러는 직관으로 인한 함정들을 길게 열거하며 재차 직관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기질효과, 배당게임, 수익추종행동, 풍선불기실험, 모멘텀투자와 가치투자, 변동성, 감정적 편향, 관성, 카지노 심리전략, 승자의 저주 등등.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슈퍼스타 CEO징크스'다.

미국 스포츠계에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가 있다. 스포츠 스타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표지인물로 등장하고 나면 성적이 나빠지는 징크스다. 이를 비즈니스 잡지의 표지에 등장하는 CEO에 적용한 것이다. 징크스라 해서 직관이나 미신이 아니다. 슈퍼스타가 되고 나면 본업인 경영보다는 강연, 인터뷰, 골프 등 다른 일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회사경영보다는 자기브랜드 경영에 더 신경을 쓴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저자가 권하는 행동(투자)요령은 간단하다. "현직 CEO가 낸 경영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그 책을 사서 읽는 것은 무방하지만 그 회사 주식은 무조건 팔아라."

이런 조언도 있다. 혈당이 떨어진 사람은 집중력 저하로 직관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을 섭취해 직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중요한 결정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예측에 실패한 경제학에 타격을 준 반면 구체적 분석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경제심리학의 붐을 가져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