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흰구름 단상2

권영구 2008. 8. 9. 17:40

□ 흰구름 단상2

 

나이 들수록 새로운 사귐,

새로운 만남이 혹시 사랑으로 오더라도 왠지 두렵다.

누가 이것을 케케묵은 생각이라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항아리 속의 오래된 장맛처럼,

낡은 일기장에 얹힌 세월의 향기처럼,

편안하고 담담하고 낯설지 않은 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

새 구두를 며칠 신다가도 이내 낡은 구두를 다시 찾아 신게 되고,

어쩌다 식탁에서 자리가 모자라서 두리번거리다가

새 얼굴인 수녀들이 오라고 해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벗들을 얼른 찾아가게 된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면서

살 수 있는 개방성과 신선함이 좋은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역시 옛 것이 좋고 오래된 것,

낯익은 것에 집착하는 나이기에

가끔은 답답하리만큼 보수적이고 고루하다는 평을 듣는지도 모르겠다.  

 

ⓒ이해인(수녀) <사랑할 땐 별이 되고/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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