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같은 이야기

절실하게그리운 사람

권영구 2006. 12. 4. 10:11

 

 

□ 절실하게 그리운 사람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일 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 살이었다."
포리스터 카터가 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은 그렇게 시작이 되고 있습니다. 일찍 부모를 여읜 꼬마 인디언 '작은 나무'가 산 속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보고 겪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흙 속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보고는 온도를 잰 뒤 씨 뿌릴 시기를 정했던 농사법, 야생으로 자란 것들은 사람이 기르는 것들에 비해 백 배나 강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연이 봄을 낳을 때는 마치 산모가 이불을 쥐어뜯듯 온 산을 발기발기 찢어 놓는다는 것,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는 말보다도 말투를 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에 이르기까지 오늘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책에는 가득 들어 있습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었습니다.
한 번은 냇가에서 고기를 잡던 '작은 나무'가 독이 바짝 오른 커다란 방울뱀을 코앞에서 마주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날름거리는 방울뱀의 혀가 ‘작은 나무’의 얼굴에 닿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피할 새도 없이 꼼짝없이 방울뱀에게 물려 죽을 수밖에 없게 된 그 순간, 방울뱀과 '작은 나무' 얼굴 사이에 번개처럼 끼어든 것이 있었습니다.
언제 달려온 것인지 '작은 나무'의 할아버지의 커다란 손이었었습니다. ‘작은 나무’와 방울뱀 사이에 끼어들은 할아버지의 손은 바위처럼 꿈쩍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방울뱀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할아버지의 손을 공격해 왔고, 뱀에게 물린 순간에도 할아버지는 뱀이 충분히 자신의 손을 물 때까지 손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물었다 싶었을 때 할아버지는 나머지 한 손으로 뱀의 대가리를 붙잡고는 등골을 부러뜨리며 목을 졸라 죽입니다.
그 날 밤 방울뱀의 독이 퍼질 대로 퍼진 할아버지는 몸이 퉁퉁 부은 채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작은 나무’의 이야기를 듣고 바람처럼 달려온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할아버지는 그 밤을 넘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할머니가 했던 일은 산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메추라기를 치마로 잡아 살아있는 메추라기의 살로 뱀의 독을 빨아내는 치료를 한 할머니는 밤새도록 할아버지 옆에 누워 체온을 지켜드립니다. 벌거벗은 채로 말이지요.
그런 할머니로 인해 할아버지는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독이 퍼져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냈던 방법이 벌거벗은 채 자신의 체온을 밤새 전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귀하게 와 닿습니다.
뱀이 당신의 손을 물게 함으로 ‘작은 나무’를 구했던 할아버지와, 당신의 체온을 밤새 전함으로 할아버지를 살려냈던 할머니가 문득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요? 자신의 삶을 걸고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줄 그 누군가가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2006.6.6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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