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재밌더냐?”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가 내게 건넨 안부 인사였다.
누군가는 대단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네 인생을 네가 재밌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남들처럼 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 없고, 기대게 해줄 것이 하나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재밌게 잘 살아가고 있다니 참 기특하다고.
아주 작은 아이였을 땐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재밌냐고 묻는 어른들이 많았고,
재밌다고 답하면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러나 훌쩍 커버린 어느 순간부터는 얼마나 재밌는 삶을 사느냐보다
얼마나 남들보다 우월한 삶을 사느냐에 따라 박수의 여부가 결정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사소한 것에 웃을 수 있는 별거 없는 삶을 살겠노라 말하는 내게
할머니가 묻는 사는 게 재밌냐는 질문은,
그리고 재밌다는 나의 대답에 그럼 되었다는 그 말 한마디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아주 아주 장하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앞으로도 나는 오늘 할머니의 질문을 가끔, 살아가는 이유가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삶이 아닌 남들이 말하는 삶을 살아가면
사는 게 재밌다고 답할 수 있겠냐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안도할 수 있겠냐고.
- 이채은 저, <슬픈 기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해> 중에서
'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스토리]내가 어르신이라고!? (1) | 2025.07.23 |
---|---|
[문화생활정보]우리 집 방귀쟁이,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 (0) | 2025.07.22 |
[일상스토리]까짓 거 하기 (1) | 2025.07.18 |
[문화생활정보]함께 만든 '처음 만나는 소아과' (0) | 2025.07.17 |
[일상스토리]여름밤 추억에 젖어들다 (0) | 2025.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