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와 나만 아는 맛의 추억.
나와 엄마와의 기억은 대부분 조그만 부엌 안에 채워져 있다.
열다섯 평 작은 집의 더 작은 부엌에서도,
쭉 뻗은 두 팔보다 더 긴 지금의 부엌에서도
싱크대에서부터 식탁까지 세 걸음이 채 되지 않는 공간 속에
웃음과 눈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엄마가 더 이상 음식을 못하게 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여겼던 엄마의 집밥이 불현듯 생각나곤 한다.
냉장고 가득 채워져 있던 색색의 나물반찬,
이제 막 완성되어 뜨끈하고 구수한 밥 냄새,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온종일 쭈그려 앉아 속을 채운 김장김치.
이제 그 장면들은 기억 한구석에 박제되어
이따금 가슴을 뻐근하게 만든다.
- 진채경 저, <엄마의 부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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