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일상스토리]가정사가 내 일을 흔들 때

권영구 2024. 11. 22. 10:15

날 좋은 일요일 형들에게 연달아 전화가 왔다. 평소 장난을 많이 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번만큼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큰 형의 전화를 넘기고 작은 형의 전화를 받았을 때 심장이 쿵 내려 앉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 허벅지 뼈 골절이래'

 

뇌출혈로 병원에 계신 어머니에게 골절은 치명적이었다. 재활은 중단되었고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사선으로 뼈가 부러져 고관절 부위를 찌르고 있는 상태였다. 주변 의사 지인들에게 연락해 혹시 수술실을 알아봐 줄 수 있냐고 연락했다. 하지만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없었고 있더라도 뇌출혈 환자의 외과 수술은 받지 않으려했다. 테이블 데스를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였다. 최근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더 정신이 없어졌다. 심장은 계속 두근거리고 몸에 힘이 빠졌다. 점점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동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했지만 뭔가 속으로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해야 할 것들은 해야 했다. 미팅에 참석하고 곧 투입 될 업무에 대한 준비를 지속했다. 속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했다. 참 어려웠다. 마음도 어려웠고 해야 하는 일도 어려웠다. 더 힘든 것은 가정사를 회사 일과 분리할 수 없어서 계속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난 아직 한참 어리고 미숙하구나'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마지막 미팅을 마무리했다. 점차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어깨는 무거워졌다. 퇴근을 하고 지하철을 타는 데 오늘따라 유난히 발걸음이 무거웠다. 뭔가 알지 못하는 세상 속에 툭하고 떨어진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웃고 있고 아이들은 밝아보였다. 이게 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대견했다. 언제 이렇게 커서 또 이런 일들을 겪는지. 어머니에게 감사했다.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많이 벌어질 것이다. 그 때마다 흔들리고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것인가. 뭐 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사와 일을 점차 분리해나가고 어른으로 성장할 수밖에.

 

 


by. 몰입 https://brunch.co.kr/@thoughtcollect/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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