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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싸들고 지방 뛰던 무명… 미스트롯이 내 이름 찾아줬죠

권영구 2019. 5. 1. 12:47

도시락 싸들고 지방 뛰던 무명… 미스트롯이 내 이름 찾아줬죠

조선일보
  • 신동흔 기자
    •           
    입력 2019.05.01 03:01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무명 설움 딛고 일어선 그들

    '우려낼 대로 우려낸' 목소리 홍자(34)가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 첫 무대에서 "이 방송을 보는 전국의 현역 무명 가수들이 힘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이는 스스로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그 역시 편의점 알바와 축가 아르바이트, 보컬 트레이너 등 서너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며 무명 생활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서울서 교통비 빼면 출연료에서 얼마 남지도 않는 강원도 축제 행사장 갈 때는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경치 좋은 바위에 앉아 밥 먹었죠. 그렇게 다녔어요. 긍정적으로." 결선을 남겨둔 홍자는 "서른 넘은 알바생한테 일자리를 준 CU편의점 수유계성점 사장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사장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미스트롯 콘서트'를 앞두고 30일 서울 강남 한 연습실에 모인 강예슬, 숙행, 김희진, 홍자(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미스트롯 콘서트'를 앞두고 30일 서울 강남 한 연습실에 모인 강예슬, 숙행, 김희진, 홍자(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종찬 기자
    지난 2월 첫 방송 후 종편 예능의 역사를 새롭게 써온 미스트롯은 참가자들의 사연과 노래, 무대 매너가 어우러진 한 편의 드라마였다. 트로트 특유의 절절한 가사와 선율이 가수들의 사연과 만나 시청자들 공감을 이끌어냈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의 연습실에 모인 '트롯걸' 넷은 방송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경험을 털어놓다가, "이젠 트로트 가수도 '극한 직업'으로 불러야 하지 않냐"며 크게 웃었다.

    6년 차 코러스 가수인 김희진(25)은 '미스트롯'에서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되찾았다. "맨날 다른 사람들 목소리를 감싸 주기만 하다가, 무대에서 듣는 내 목소리가 정말 낯설었어요." 어느 여름 부산에서 열린 해변가요제에선 오후 1시부터 세 시간 동안 땡볕에 서 있다가 어깨에 화상을 입었다. 추운 날은 추운 곳에서, 더운 날은 더운 곳에서 노래하는 직업. "가수들은 무대에 올라 20분 있다 내려가지만, 코러스는 몇 시간을 서 있어야 하죠. 한 달 치 방송 분량 찍느라 60~70곡씩 부르는 건 다반사. 하이힐에 발이 퉁퉁 부어도 참고 웃으면서 노래했어요."

    강예슬(29)도 독종이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 7년을 이어오다 스물일곱에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실기 시험 준비를 하느라 다리 찢는 연습을 하다 허벅지에 피멍이 들었다. 열아홉에 시작된 아이돌 연습생 생활은 부침의 연속. "십 년 내내 서바이벌 게임을 한 것 같다"고 했다. 2014년 앨범을 두 장이나 냈지만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잊혔다. 마지막 소속사도 투자사의 비트코인 투자 실패로 앨범 제작을 접었다. 그는 "굴곡 많은 20대를 겪었지만, 미스트롯을 통해 내 색깔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행사 전문 가수로 10년 넘게 뛴 숙행(40)은 웬만한 고생담은 웃어넘겼다. "겨울에 곳곳에 길이 막히는 주말 행사를 뛰려면 스키복을 준비해요. 한 군데 끝나면 스키 바지에 헬멧 쓰고 퀵서비스 아저씨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죠." 결단의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행사 마치고 돌아오던 어느 날 소속사 대표가 "기름 넣게 2만원만 달라"는 말에 '이러다간 둘 다 굶을 수 있겠다' 싶어 헤어졌다. 그 후 혼자 '숙행쇼'란 콘서트를 기획해 공연을 다녔다. 그는 "풍선이 한껏 부풀었다가 바람 빠져 쭈글쭈글 해졌을 무렵 미스트롯을 만났다"며 "이 나이에 짠내 나는 도전을 밉지 않게 봐주신 시청자들이 그저 고맙다"고 했다.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나면 뭐가 좋을까. "이름 없는 가수가 무대에 오르면 '어디 너 얼마나 잘하나 보자' 이런 눈으로 쳐다봐요. 이젠 우리는 좀 더 애정을 담아 봐주시지 않을까요?" 한편, 미스트롯 결선은 2일 밤 10시 TV조선에서 방송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30/201904300366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