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박
햇볕같은집 마당에서 꽃밭을 정리하고 있는데 담 밖에서 웬 할아버지들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고 호박이 맛 나게 생겼네."
"서리맞아서 달겠네."
주차장 지붕 담밖으로 넘어간 호박넝쿨에 주먹보다 조금 큰 호박이 달린 것을 보고 하루나 이틀 더 있다가 따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오고 가다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들이 "잘 있었나? 신경통은 워뗘?" 어쩌고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 딱 눈 높이에 달려있는 호박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여기.. 강씨집 아녀? 강씨는 재작년에 갔는디 누가 호박을 올렸지? 고놈 참 이쁘게 생겼네... 자네가 먹지"
아... 안돼... 그 호박 내가심은 건데... 밖으로 달려나가려다, 호박 따는거 들켜서 할아버지들이 무안해 할까봐 그냥 조용히 숨죽이고 말았습니다. 에이, 그냥 따다 맛나게 잡수셔요. 그리고 꼭 교회에 나가셔서 부흥회 할 때 혹 생각이 나면 '남의 집 호박 따다 먹은 것 용서해 주세요...엉엉...' 하고 꼭 회개기도 하셔요.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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