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작은 돈
겨울에는 뭐니뭐니해도 따끈따끈한 붕어빵이 최고의 간식거리이지요.
언젠가 동네 입구에 있는 붕어빵 포장마차에서 본 사건입니다. 이제 막 붕어빵을 구워서 첫 손님을 맞이하였는데, 그 손님이 천원어치 붕어빵을 사면서 10만원짜리 수표를 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순간 당황하였고, 9만 9천원의 거스름돈이 없덨던지 한 참 만에 "안 팔아요. 그냥 가세요." 하고 말하더군요. 10만원이라는 큰 돈이 보기 좋게 아주머니에게 퇴짜를 맞는 장면을 보고 그 날 저는 일기장에 이렇게 기록을 했습니다.
인간이 삶에 성공하려면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봤을 때는 '재능' 보다도 '성격'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음악이나, 미술이나, 체육같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그 재능으로 인기를 얻거나 돈을 많이 벌기도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삶이 행복하냐 하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좋은 성격, 특히 명랑 쾌활하고 밝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한다. 또한 정중하고, 친절하고, 잘 참고, 배려하는 사람들도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자신에게 있는 재능이 10만원짜리 수표라면, 언제든 명랑하게 웃을 수 있는 얼굴과 양보하는 마음, 재치, 감사를 표현하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은 언제든 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는 잔돈과 같은 것이다.
나에게 10만원짜리 수표는 없지만, 주머니 속에 잔돈은 한 주먹이나 있지 않은가? 하하 호호 잘 웃지 않는가?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한 것이다다다다당!!! ⓒ최용우

□ 소멸은 아름답다
수세미오이를 모두 거두니 대문이 환해졌습니다. 마당의 화초들도 잎을 떨구기 시작하고, 감나무 잎은 벌써 거의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콩밭의 콩잎들도 마르기 시작하면서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열매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집 앞의 영웅이네 밭에서는 들깨를 베어서 말리고, 고구마를 캡니다. 곧 김장을 하기 위해 무, 배추를 뽑아내면 내년 봄까지 밭은 텅 비겠지요?
이제 서서히 이 세상이 소멸되기 시작하는군요. 사람들은 소멸을 모르지만, 자연은 어김없이 1년에 한번씩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침묵'속에 빠져들어 있다가 새봄에 다시 새롭게 소생하기를 반복합니다.
이 세상 이치가 - 아무것도 소멸되지 않으면 새롭게 소생될 수 없다 -인데 오직 인간만이 '소멸'이라는 '밑거름'을 만들지 않습니다.
주님!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그냥 한 알 그대로이지만, 땅에 떨어져 썩어버리면 수 십배의 열매를 얻는다는 주님 말씀을... 빈 밭을 보며 묵상합니다. ⓒ최용우 20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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