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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로 사랑을 재면
어느 날 코끼리가 물 속에서 놀고 있는데 밖에서 생쥐가 코끼리를 불렀습니다. “코끼리야, 빨리 밖으로 나와 봐!” 코끼리는 못 들은 척 물놀이를 계속했지만 생쥐가 하도 성화를 하자 투덜거리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왜 그러는데?” 그러나 코끼리를 가만 바라보던 생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네가 아니구나.” 기껏 불러내더니 네가 아니라니, 은근히 화가 난 코끼리가 무슨 이유로 자기를 불러냈는지를 물었습니다. “응, 내가 팬티를 잃어버렸는데 혹시 네가 입었나 해서.” 잃어버린 자기의 팬티를 코끼리에게서 찾다니, 생쥐의 언행은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덩치를 생각하면 그런 일은 도무지 불가능한 일, 그런데도 굳이 코끼리를 불러낸 생쥐의 소행이 우스꽝스러운 것이지요. 우리 속담 중에 ‘자로 사랑을 재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늘이 그렇지요. 아무리 큰 자가 있다 하여도, 그 자가 아무리 정확하다 하여도 가없는 하늘을 누가 감히 어떻게 잴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자신의 손에 좋은 자가 있다고 함부로 하늘을 재고 그 크기가 얼마라고 자신 있게 떠벌리는 이들을 이따금씩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슬픔이나 기쁨, 우정이나 믿음 등 마음의 상태나 깊이 또한 그 무엇을 가지고도 잴 수가 없습니다.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감히 잴 수는 없는 것이지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잴 수도 없고, 재려고 해서도 안 되는 것 중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때로는 조급한 마음에 때로는 욕심에 사랑의 크기를 재보려 하고, 쟀다 싶은 사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크게 실망할 때가 있지만 사실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어떤 땐 궁금하고 어떤 땐 나만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서로의 사랑을 재려 할 때가 있지만 오히려 사랑은 강물처럼 흘러가도록 두어야 자라는 법, 자로 잴 수 있는 것 안에 가둬두려 하다보면 그만 질식해버리고 맙니다.
서툰 사랑일 땐/ 준 걸 자랑했으나 익은 사랑에선/ 눈멀어도 못다 갚을 송구함이라니
사랑에 관한 김남조 시인의 시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자로는 잴 수 없는 소중한 것들마저 타산적으로 바뀌어가는 이 세상 속에서 ‘자로 사랑을 재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우리의 옛 속담 하나는 그럴수록 그윽하고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2006.3.29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