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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이 보이지 않는 초상화

권영구 2006. 1. 11. 11:12

애꾸눈이 보이지 않는 초상화



용맹하게 전장을 누비며 적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장군이 있었다.

수없이 많은 전쟁 속에서 큰 공을 세운 그는 자신의 용맹한

이름과 그로 인한 명예를 후손들이 영원히 기억하길 원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그가 마지막 전쟁에서 한쪽 눈을 잃어 애꾸눈이 되었다는

사실인데, 장군은 후손들에게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여 주길 꺼려했다.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군이 불러들인 유명한 화가들은 아무도 이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처음 불려온 화가는 매우 정직한 인물로 장군의 초상화를 있는 그대로

애꾸눈으로 그렸으며, 두 번째 화가는 장군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양쪽 눈이 모두 멀쩡한 거짓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장군은 자신의 애꾸눈 모습을 후손에게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거짓으로 조작해 남기는 것도 싫어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문을 들은 이름 없는 젊은 화가가 장군을 찾아와

초상화를 그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자네가 내가 원하는 초상화를 그릴 자신이 있는가?

네, 한번 맡겨 보시지요. 꼭 장군님의 마음에 드는 초상화를

그리도록 하겠습니다.

또랑또랑한 젊은 화가의 말을 들은 장군은 마지막으로 한번

맡겨 보기로 결정하고 초상화가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며칠 후 초상화를 완성시킨 젊은 화가가 장군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자 장군은 매우 기뻐하며 소리쳤다.

그래, 바로 이게 내가 원하던 초상화야!

장군은 매우 흡족해 하며 후한 그림 값을 젊은 화가에게 건네주었다.

젊은 화가가 그린 장군의 초상화는 애꾸눈이 보이지 않게

그린 옆 얼굴이었던 것이다.

  

***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최대의 상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