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화재로 떠난 딸이 세상에 남기고 간 선물

권영구 2025. 5. 15. 10:05

“수의사를 꿈꿨던 딸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착한 아이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올해 2월,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인해 닷새 만에 숨진 열두 살 여자 아이의 사연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어린 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겨울방학인 2월이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있던 아이는 갑자기 일어나게 된 화재로 얼굴 부위에 2도 화상을 입게 되었고, 심정지 상태가 되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화재 당시 딸이 홀로 집에 있어야 했던 배경은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터인 식당에 출근한 상태였고,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간 상태였기 때문이죠.

딸은 지난 해 정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따른 위기 아동 관리 대상에 다섯 차례 포함되었지만, 당시에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있었기에 소득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는데요. 때문에 가족에게 실질적인 지원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어린 딸은 화재 5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딸의 사망 판정 이후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심장과 췌장 등의 장기 4개를 기증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수의사가 되고 싶다던 딸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 착한 아이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지난해 1월, 아이의 아버지가 건강 악화로 신장 투석을 받게 되면서 가족은 의료 위기 세대로 분류되었고, 그해 3월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면서 고용 위기까지 겹치게 되었는데요. 이후 월세와 전기세, 가스비 등 공과금 미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가족을 돕고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많은 이들의 진심이 담긴 온정의 손길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서구 안전교통국 직원들을 비롯한 기부자들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후원금을 지정 기탁하기도 했는데요. 또한 가족이 살고 있는 인천 서구에서는 아이의 부모에게 전기밥솥, 침구류 등 생필품과 함께 3개월 간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본부는 3개월 동안 부모에게 임대주택을 무상 제공하기로 하기도 했습니다. 장기기증으로 4명의 또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난 천사같은 딸에게 모진 세상이 건네는 뒤늦은 선물일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남편이 계속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한 후원단체에서 가족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요. 불행 중에도 분명 희망의 빛이 가족에게 비추기를 바랍니다.

늦게나마 집에 혼자 남겨져 있던 아이에게 전해진 따뜻한 관심과 애도, 새 생명들을 살리고 떠난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만은 않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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