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월드컵을 향해 함께 달리겠습니다."
또 다른 '캡틴박'의 탄생이다.
예고했던 대로 박주영(26·AS 모나코)이 박지성의 뒤를 이어 한국축구의 주장으로 확정됐다.
프랑스 리그 일정을 마치고 터키의 A대표팀 훈련캠프로 합류한 박주영은 8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대표팀 숙소에서 주장 임명 인터뷰를 가졌다.
박주영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부담감과 비장함이 교차한 모습이었다.
박주영은 조광래 감독으로부터 주장 제의를 받았을 때 처음엔 못하겠다며 거절했었다고 털어놨다. 조 감독으로부터 '주위의 많은 조언을 듣고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네가 잘할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 번 희생해주길 바란다'는 제안을 받았단다.
이에 대해 박주영은 "개인적으로 주장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터라 거부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축구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라는 조 감독의 설득에 주장직을 수락하게 됐다는 게 신임 캡틴의 설명이다.
박주영은 "주장으로서 잘한다는 게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른다"고 고개를 숙인 뒤 "그동안 선배 주장들을 많이 목격한 것을 토대로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작은 일부터 챙기는 소통형 주장이 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주장으로 임명된 뒤 태극전사들에게 전한 '취임사'를 공개한 박주영은 조 감독이 말한 목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영광스럽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목표, 즉 차기 월드컵을 향해 지금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 함께 달려갑시다. 저는 그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임무를 다하겠습니다."
박주영은 한 번 더 겸손함을 보였다. "작년 광저우아시안게임때 내가 리더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당시 주장 구자철이 제역할을 다했다. 나는 단지 아시안게임을 치른 경험자로서 후배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언해 준 것 뿐이다." 박주영은 카리스마로 앞에서 끄는 것보다 함께 어깨를 걸고 나아가는 주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여전히 대외 인터뷰 울렁증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제는 그냥 박주영이 아니라 두루두루 어깨동무를 하는 캡틴 박주영으로서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스탄불(터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