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주로 쓰는 물감의 색은?
우리는 날마다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화가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삶'이라는 그림을 그리며 살아갑니다. 어느 날은 그림을 망쳐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느 날은 근사한 작품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주 쓰는 색이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빨강생과 파랑색 크레파스가 유난히 빨리 닳았습니다. 북한은 빨강색, 남한은 파랑색을 칠한 그림을 왜 그렇게 많이 그려댔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든 지금은 북한의 빨강색이 십자가 보혈의 빨강으로 바뀌었고, 남한의 파란색은 쉼을 상징하는 파란하늘로 바뀌었습니다.
삶이라는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로 주로 사용하는 물감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음 물감 중 어느 물감을 먼저 찍어 사용하시렵니까? 질투, 도전, 발끈, 인내, 겸손, 사랑, 용서, 욱하기, 발랄, 우울, 빈정대기, 상냥함, 초조, 대담, 깐죽거리기, 엉뚱, 웃음, 집념, 포기, 열정, 자신감, 경쟁, 격려...
오늘도 참 좋은 하루의 그림을 마음껏 그려보세요. ⓒ최용우
□ 길들여지기
수 천년 전 로마 제국시대 말 두 마리가 마차를 끌고 다그닥 다그닥 달려갑니다. 말 두 마리가 나란히 달려가기에 불편함 없는 넓이는 143.5cm입니다. 그래서 마차의 바퀴 간격을 143.5cm로 만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영국에서 143.5cm의 광차가 만들어졌습니다. 마차가 달려가면서 길에 길게 낸 바퀴의 자국을 쉽게 따라가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더 흐른 후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기차를 만들었는데, 광차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으려면 레일 간격을 143.5cm로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유럽과 미국의 기차는 모두 143.5cm 레일에 맞추어 만들었습니다.
일제 시대 일본이 우리나라에 철도를 만들 때도 러시아에서 약탈한 물건들을 쉽게 운반해오기 위해서 레일의 간격을 143.5cm로 똑같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까마득한 옛날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 1천년 로마제국이 만들어 놓은 규격에 나도 모르게 지금까지 길들여져서 사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지요. ⓒ최용우 2010.9.7
'햇볕같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음의 상자에 무엇이 (0) | 2010.09.14 |
|---|---|
| 소탐대실(小貪大失) (0) | 2010.09.10 |
| 인간보다 똑똑한 자연 (0) | 2010.09.04 |
| 마음에 쉼을 얻으려면 (0) | 2010.09.04 |
| 예와 어 (0) | 2010.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