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보수와 진보의 대화와 상생

권영구 2010. 7. 9. 16:45

보수와 진보의 대화와 상생

 

보수와 진보, '경쟁적 동반자'의 길을 모색하다

  • 입력 : 2010.07.02 21:37

보수와 진보의 대화와 상생
한반도선진화재단·한국미래학회·좋은정책포럼 공편 | 344쪽 | 1만5000원 | 나남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국가 발전의 동반자인가 적(敵)인가? 적어도 이 책에 필자나 토론자·대담자로 참여한 지식인들은 '경쟁적 동반자'여야 한다는 명제를 수긍하는 쪽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에는 상대방을 배척의 대상으로 보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서 이 책을 읽어나갈 필요가 있다.

책은 먼저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누구인지를 해명하는 데서 출발한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실제 투표 등을 통해 드러난 한국의 보수는 뜻밖에도 "수구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먹고 살기가 빠듯해서 좀 더 잘 사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진보도 "철없는 체제 전복 세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조금은 더 여유가 있기에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사회 정의의 실현을 보고 싶어하는 선량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태극기 아래 갈라선 보수와 진보. 지난 2008년 6·10항쟁 21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진보 진영의 촛불시위대(사진 위쪽)와 보수 진영의 맞불 시위대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그런데 왜 한국의 보수와 진보 대결은 그렇게 극렬하게 표출되는가? 강정인 서강대 교수(정치사상)는 한국 보수의 '이념적 빈곤'을 지적한다. "'(실현되지도 않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반공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반공을 위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전도됐다가, 급기야는 '반공이 곧 자유민주주의'라는 억설로 둔갑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보수주의가 반공주의와 발전주의만을 내세웠던 과거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진보의 이념을 점검한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오히려 민주화 이후 진보(민주화운동)세력이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고 비판한다. "정당은 국회의 권력게임에 매몰됐고, 노동조합은 때 이른 쇠퇴를 맞았다. 시민사회의 복원은 너무 짧은 시기에 쇠퇴에 직면해야 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이념 과잉은 진보세력의 발목을 붙잡은 족쇄가 됐다고 지적한다. "사실 진보의 위기는 노무현 정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1987년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보수와 진보는 갱신(更新)에 성공하였는가?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김일영 전 성균관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1년에 대한 성찰을 통해 보수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2010년 현재에도 유효하다. 첫째, 준비 안 된 보수의 집권이다. 둘째, 정치적 상상력과 포용력의 부족이다. 뉴라이트의 '죽음'을 선언한 김 교수는 이제 보수는 '프로콘', 즉 프로그램을 가진 전문적 보수로 가야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한국 진보는 파산했다"며 '뉴레프트 운동'을 제안한다. 그가 제시한 뉴레프트 운동은 첫째 도덕적 우월감이 없는 좌파를 지향하고, 둘째 대한민국을 긍정하며, 셋째 민족주의는 우파에게 돌려주고 세계주의를 회복하고, 넷째 시장의 실패를 교정할 국가의 역할을 인정한다. 주 대표는 이어 "당분간은 보수와 진보 모두 새로운 정체성 정립을 위해 새로운 진보와 구진보, 새로운 보수와 구보수의 투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책 말미에는 보수를 대표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진보를 대표하는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가 대담을 벌인다. 두 지식인은 우리의 이념 갈등이 실제에 비해 과장되어 있고, 그 주범은 정치권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또 북한 관련 문제도 생각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최 교수는 단호하게 "저는 북한은 한마디로 총체적으로 실패한 정권이라고 봅니다"고 말한다. 이어 친북(親北) 좌파에 대해서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이 점에서 민족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어떤 긍정적 측면을 보고자 했던 남한 사회의 좌파들에게 북한문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 지배체제의 리더십 붕괴와 북한 체제의 붕괴를 같은 차원에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다르게 본다. 최장집 교수는 박세일 이사장이 주장하는 적극적인 통일정책이 "오히려 통일을 어렵게 하고 북한에 더 경직적인 체제가 지속되도록 만들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 책은 첫 걸음이다. 이런 책이 분야별로 다양하게 쌓일 때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는 경쟁적 동반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을 갖게 된다. 다만 현실 속의 보수와 진보세력이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얼마나 수긍할지에 따라 그 희망은 절망으로 바뀔 수도 있다.
 
 
<목 차>
  • 서 문 5

    제1장 한국의 보수, 그들은 누구인가_장덕진
    1. 머리말 13
    2. 한국의 보수·중도·진보:평균으로 본 초상 15
    3. 보수와 진보의 가치관 19
    4. 누가 보수가 되고 누가 진보가 되는가 21
    5. 맺는말 24

    제2장 한국의 진보, 그들은 누구인가_홍성민
    1. 계급개념의 한계 29
    2. 이성과 감성의 이중주 30
    3. 진보의 주체를 묻지 마라 33

    제3장 한국 보수의 비교사적 특징: 서구와의 비교_강정인
    1. 머리말 37
    2. 서구의 보수주의 39
    3. 한국 보수주의의 이념적 빈곤 42
    4. 민주화 이전 한국 보수주의의 이념적 빈곤성을 가져온 원인
    5. 맺는말 58

    제4장 한국 진보의 비교사적 고찰_김윤태
    1. 머리말 63
    2. 진보적 가치의 재평가 66
    3. 새로운 도전과 과제 72
    4. 한국 진보주의 운동의 역사적 실험 81
    5. 맺는말 88

    제5장 한국보수와 경제_강석훈
    1. 머리말 93
    2. 한국 경제보수의 현황과 문제점 94
    3. 한국 경제보수의 지향점: 보수의 2차 실험, 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 101

    제6장 진보와 경제발전 전략_신정완
    1. 머리말 103
    2. 노무현 정부 이전의 대안적 경제발전전략 구상들 105
    3. 노무현 정부 이후 대안적 경제발전전략 구상들 109
    4. 평가와 과제 120

    제7장 한국 보수의 세계화 정책: 무역은 과감히 금융은 조심스럽게 개방해야_ 정진영
    1. 머리말 129
    2. 시장개방과 사회적 보상: 상품시장의 경우 132
    3. 금융규제와 위기방지: 금융시장의 경우 137
    4. 맺는말 141

    제8장 글로벌화, 어떻게 볼 것인가_유종일
    1. 글로벌화의 재인식 143
    2. 신자유주의 글로벌화의 문제점 150
    3. 글로벌화에 대한 진보의 대응 160

    제9장 한국의 보수와 사회통합_김문조
    1. 정황 개관 166
    2. 총체적 진단 170
    3. 맺는말 176

    제10장 합리적인 대북관, 통일관, 대북정책: 성찰적 접근_김근식
    1. 문제의 제기 179
    2. 남남갈등의 대북관: 반북(反北)과 친북(親北) 180
    3. 합리적 대북관: 애북(愛北)과 지북(知北)의 관점 184
    4. 통일의 원칙: ‘역동성’과 ‘진보성’ 185
    5. 통일의 방식과 경로: 점진적 평화통일과 붕괴 후 흡수통일 188
    6. 합리적 대북정책: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 191
    7. 대북포용정책을 둘러싼 논란들 194
    8. 대북포용의 발전적 진화를 위하여:
    구조적 포용(structural engagement) 201

    제11장 한국 보수에게 미래는 있는가: 네오콘(뉴라이트)의 종언과프로콘의 등장을 기대하며_김일영
    1. 진보의 위기가 보수의 기회인가 207
    2. 이명박 정부, 무엇이 문제인가 211
    3. 한국 보수, 어디로 갈 것인가: 네오콘에서 프로콘으로 219

    제12장 한국 진보에 미래는 있는가_주대환
    1. 한국 진보는 파산했다 229
    2. ‘친북좌파’라는 오해 혹은 덫 231
    3. ‘민주노총’이라는 괴물 또는 계륵 236
    4. 무엇이 ‘새로운 진보’인가 240
    5.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뉴레프트 운동’이 필요하다 244
    6. ‘새로운 진보’의 정치 전략 247

    〈보수와 진보〉난상토론Ⅰ 251
    〈보수와 진보〉난상토론Ⅱ 281
    보수와 진보의 대화와 상생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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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너무나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좌와 우, 혹은 보수와 진보는 진짜 서로 상극일까? 아니면 겉치레나 말투만 그러할 뿐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드러나는 차이점 이면에 존재하는 공통점이 양측의 대화부재나 토론부족 탓에 미처 드러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한번쯤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상대의 견해를 들어보면 어떨까? 양극으로 갈린 오늘날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념갈등 해소 및 사회통합을 위한 동반자적 관계를 모색해본다.
    이 책은 ‘한국의 이념논쟁(1):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와 ‘한국의 이념논쟁(2):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두 차례 세미나의 발표문,〈신동아〉에 실렸던 양자 간의 두 차례 대화, 그리고 최장집?박세일 교수의 마무리 대담을 실었다. 책으로 펴내는 이유로는 우선 내용을 널리 세상에 알리겠다는 취지도 있지만 이른바 보수와 진보가 서로 진지하게 대하는 한 얼마나 가까운 동반자적 관계가 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확인시켜주고 싶은 목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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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공편자 한반도선진화재단
    공동체자유주의를 이념으로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목적으로 2006년 설립된 민간싱크탱크로서 가치지향, 중립성, 영향력제고에 사업 중점을 두고 있다.

    공편자 한국미래학회
    1968년 한국에 미래학을 처음 도입한 선구자적 단체로서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고락을 같이 하였다. 민주화와 산업화 이후 대한민국 미래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현재 고민하고 있다.

    공편자 좋은정책포럼
    대한민국의 장기발전을 위한 새로운 진보의 길로서 대안적 발전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싱크탱크다. 지속가능한 진보, 한국형 제3의 길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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