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가 빨래하면 눈이 온다
대개 눈은 겨울날씨 중에서도 푹한 날 온다. 찬바람에 휘날리는 가루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눈은 날씨가 포근할 때 내리는 법이다. 눈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함박눈이 오는 날은 모처럼 푸근한 날이었다.
겨울을 보내던 거지도 모처럼 빨래를 하는 날이 있다. 겨울에 빨래를 하려면 날이 푹한 날을 택해야 한다. 천상 개울에서 빨아야 했을 터이니, 빨래를 하는 손이 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거지가 빨래를 하면 눈이 온단다. 거지가 눈오는 날을 용케 알아맞힌다는 게 아니다. 거지가 빨래를 하는 날은 날이 푹한 날이고, 그런 날은 눈이 올 가능성이 많을 뿐이다.
"아침에는 하늘이 붉고 흐린 것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궂겠구나 한다. 너희는 하늘의 징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징조들은 분별하지 못하느냐?"(마태16:3)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다. 거지가 빨래하는 모습을 본 지가 오래 돼서 그러는 것일까, 이제는 날씨의 징조도 분별할 줄 모르니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 거지의 빨래에서 눈을 헤아리는 눈조차 우리에겐 없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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