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차 맛
'녹차'는 무슨 맛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고 알 듯 말 듯 한 나뭇잎 향이 은근히 날 뿐입니다. 저는 처음에 녹차를 마실 때 어린 시절 소죽을 쓰며 늘 맡았던 소죽냄새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밋밋한 무미(無味)를 어떤 사람은 '아, 차 맛 좋습니다.'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몇 잔씩 연거푸 마시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맛도 모르면서 여러 가지 녹차를 우려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녹차 맛을 깨달았습니다.
녹차의 맛은 녹차 그 자체의 맛이 아니라 녹차를 마시는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조그만 찻잔 속에 입술이 젖는 듯 만 듯, 조금씩 마시며 사실은 내 마음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고요한 날에는 차 맛도 고요하고, 내 마음이 분주한 날에는 차 맛도 정신 없고, 내 마음이 행복한 날에는 차 맛도 행복하고, 내 마음이 요동치는 날에는 차 맛도 요동치는 것이었습니다.
아! 녹차는 내 마음을 맑고 환하게 비추는 거울이구나! 녹차를 마시면서 하루종일 분주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봅니다. ⓒ최용우
'햇볕같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생각해 보니 좋은 생각 (0) | 2008.09.11 |
|---|---|
| S=X×Y×Z (0) | 2008.09.10 |
| 꼬랑지달린 이솝우화119 - 종달새와 옥수수 (0) | 2008.09.03 |
| 신밧드의 모험 (0) | 2008.09.02 |
| 눈 높이가 다르다 (0) | 2008.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