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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와 뜨개질
한번은 아내가 뜨개질을 시작하였습니다. 뭘 만들지는 비밀이라며 안 가르쳐 주었지만, 내심 남편의 스웨터 하나쯤은 만들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관심 없는 척 하며 살짝살짝 훔쳐보았습니다. 뜨개질을 하면서 입에 대 보는 게 마스크인가? 좀 더 커지니 목에 걸어보는 것이 목도리인가? 그 다음에는 개에게는 왜 대봐? 설마 개옷? 지지부진하여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스웨터를 입어보긴 하는거야? 하며 하품을 하는 찰라에 드디어 다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쁘게 잘 떠진 작품을 텔레비전 위에 딱! 엎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에그, 텔레비전 덮개였군! z 실망 좋은이가 몇날며칠 스킬 자수로 아빠의 차에 장식해 놓을 전화번호를 떴습니다. 다 완성해서는 작품이라며 사진을 찍고 난리를 치다가 자기 방으로 가지고 가버립니다. "만들었으면 아빠 차에 붙여야지 왜 가지고 가냐?" "방학숙에에요." 여자들이 한 뜸 한 뜸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럽고 보기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까지 뭐 하나라도 얻어 입어본 적은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뜨개질은 여자들의 소일거리로는 그만입니다. 여성범죄의 권위자인 미국의 포크라 박사는 '여성의 범죄는 빈곤범이 아니며, 거의 여가를 처리하지 못하여 생기는 여가병이다'고 했고, 실제로 여성범죄의 88%는 할 일 없는 상류층 여성들이 저지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뜨개질을 배우세요. 참 좋은 여가를 보낼 수 있어요. 어쨌든,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저도 우리집 여자들에게서 정성껏 손으로 뜬 것 뭐라도 하나 얻어 입을 날이 오긴 오겠지요? ⓒ최용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