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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봄나물의 달콤쌉쌀한 봄 마중

권영구 2010. 5. 14. 15:03

‘마이너리그’ 봄나물의 달콤쌉쌀한 봄 마중

[중앙일보]

2010.03.22 04:24 입력 / 2010.03.22 06:15 수정

달래·냉이·쑥 말고도 많다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 있지만 봄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봄은 겨울에 풀어둔 운동화 끈을 다시 묶게 한다. 그만큼 활동량이 많아지고,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비타민 소모량도 겨울의 3~10배다. 낮이 길어지면서 수면시간은 줄어든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밀려온다. 춘곤증이다.

겨울에 신선한 채소를 먹지 못한 우리 조상은 떨어진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해 이맘때 들녘에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봄나물을 즐겼다. 옛날엔 비타민·미네랄을 보충할 만한 겨울철 먹을거리가 김장 김치와 묵은 나물 정도였다. 봄나물은 과거엔 ‘초라한 밥상’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영양이 듬뿍 든 자연식이자 최고의 웰빙식품으로 꼽힌다. 춘곤증 예방식품으로도 그만이다.

겨울의 냉기를 뚫고 나온 신통한 식물이 봄나물이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따뜻한 봄기운을 머금고 있다. 봄나물의 대표는 달래·냉이·쑥이다. 이 셋의 효능은 수없이 소개됐다. 유명세를 별로 타지 않은 봄나물 중에도 보물은 있다. 봄나물 ‘마이너 리그’를 펼쳐보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1 원추리 | 이뇨·지혈 작용 … 우울증 해소에도 좋아

 
  원추리무침
 
 
망우초(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세상만사를 잊을 만큼 맛이 황홀하다는 뜻이다. 봄나물 중 거의 유일하게 단맛이 난다. 가장 맛이 뛰어난 산채로 소문난 것은 이래서다.

우리 조상은 원추리를 자양 강장제로 드셨다.

한방에선 이뇨·지혈·소염 효능이 있는 나물로 친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우울증을 다스리는 데도 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원추리는 붓기를 가라앉히고 피를 맑게 하며 황달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고 소개했다. 봄엔 어린 싹을, 여름엔 꽃을 김치로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다.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해 겨울 동안 지친 몸에 활기를 되살려준다.

2 민들레 | 열이 많아 생기는 종기·염증에 효과

이른 봄에 어린 잎을 뿌리째 캐서 나물이나 국거리로 이용한다. 어린 잎은 대개 생것을 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기름에 볶아 먹는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무쳐 먹어도 좋다.

차나 술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민들레의 한방명은 포공영이다. 한방에선 몸속의 열을 없애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쓴다. 민들레의 성질이 차서다. 따라서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이 열 때문에 종기·염증 등이 생겼을 때 효과적이다. 조금만 과로하면 방광염·요도염·질염 등이 생긴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도 권장된다.

뿌리와 잎을 우린 물은 위장 강화를 돕는다. 대개는 뿌리 10g, 잎 20g에 물 700mL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우린 뒤 하루에 세 번 마신다. 이때 봄에 따서 그늘에 말린 잎과 가을에 채취해 양지에 말린 뿌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더덕 | 쓴맛의 사포닌, 폐의 기운 북돋워

도라지와 비슷하다. 그러나 도라지보다 향이 좋고 살이 부드러워 더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뿌리 모양에 따라 수더덕·암더덕으로 분류된다. 수컷은 생김새가 매끈하게 빠진 반면 암컷은 수염이 달리고 통통하다. 요리엔 수컷이 훨씬 많이 쓰인다.

더덕은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남는다. 대개 고추장 양념을 해서 구워 먹지만 봄에 채취한 연한 뿌리는 잘게 찢어 매콤달콤하게 무쳐 먹어도 맛이 좋다.

더덕 뿌리를 자르면 인삼의 약효 성분인 사포닌이 나온다. 맛이 쓴 사포닌을 한방에선 폐의 기운을 북돋는 성분으로 간주한다. 기관지염·천식 환자에게 더덕 뿌리를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더덕의 어린 잎은 훌륭한 봄나물이다. 살짝 데쳐서 무치거나 생 잎을 얇게 썰어 비빔밥·부침개·볶음밥 등에 넣어 먹으면 음식 맛이 더 상큼해진다.

4 두릅 | 정신 맑게 하고 신장기능 튼튼하게 해

4월께 나오는 두릅은 대개 잎(새순)을 먹는다. 잎 크기가 성인의 엄지 손가락만 할 때는 연해서 먹기 좋지만 이보다 크면 약간 질기다. 두릅은 튀김이나 물김치를 담가 먹어도 별미지만 대개는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이때 소금물에 넣어 살짝 데쳐야 두릅 나물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래 데치면 질겨지고 비타민C 등 영양소가 많이 파괴된다.

두릅은 단백질이 풍부한 나물이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백내장의 예방·치료에 이롭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하는 한약재로도 쓰인다. 활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사무직 종사자·학생에게 두릅나물·두릅전 등 두릅 요리는 ‘보약’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는 “두릅은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한다”며 “만성 신장병 환자나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 유익하다”고 말했다.

5 돌나물 | 비타민C·칼슘 풍부 … 간경화·간염에 효과

 
  돌나물무침
 
돈나물·석상채라고도 불린다. 들판은 물론 바위 틈에서도 잘 자라는 번식력 강한 식물이다. 영양적으론 비타민C와 칼슘이 풍부하다.

『동의보감』엔 “해열·해독·타박상·간 경화 치료에 좋다”고 쓰여 있다. 이를 근거로 한방에선 간경화·간염 환자와 식욕을 잃었거나 해독(디톡스)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대개 맛이 쓴 새순을 먹는다. 봄에 돌나물을 초무침이나 물김치로 만들어 먹으면 식욕이 되살아난다. 생으로 먹거나 겉절이를 만들어 먹으면 특유의 향을 음미할 수 있다.

7 취나물 | 근육·관절통에 좋고 춘곤증 예방

 
  약밥 취나물 쌈
 
‘산나물의 왕’이라 불린다. 참취·곰취·미역취·개미취·수리취 등 ‘취’가 붙은 산나물의 총칭이다.

이중 크기가 가장 큰 것이 곰취(곤달비). 정월 대보름 절식인 상원채(아홉 가지 묵은 나물)에도 곰취가 포함된다. 그러나 취나물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론 참취를 가리킨다.

성질이 따뜻한 취나물을 한방에선 혈액 순환을 돕는 약재로 쓴다. 근육통·관절통·요통·두통 등의 치료에도 사용한다.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도 있다. 하루 5~10g씩 꾸준히 먹으면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체질의학과 이의주 교수는 “어린 잎엔 특유의 향미가 있다”며 “데쳐서 무쳐 먹으면 봄철에 잃어버린 입맛을 살릴 수 있고 춘곤증 예방에 좋다”고 설명했다. 취를 볶을 때 들깨즙을 넣으면 맛이 구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