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행복한 家)

[문화생활정보]창밖은 봄인데, 마음은 아직 겨울이라면

권영구 2026. 5. 26. 06:33

간절히 기다렸던 봄이 어느새 익숙해지고, 여름을 기다리는 초록빛이 창밖에서부터 서서히 스며드는 계절. 가지마다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대지는 천천히 연두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바람은 부드러워지고 햇살은 한결 따뜻해지며, 자연은 분명 봄빛으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마음이 동시에 봄에 물든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세상은 환하게 피어났는데, 어떤 마음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 날이 있습니다. 소리 없이 눈발이 쌓이듯, 혼자서 조용히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순간도 있죠.

 

 

자연의 계절은 달력 위를 일정하게 흘러가지만, 내면의 계절은 각자의 속도와 리듬을 따라 움직입니다. 밖에는 온통 봄이 흩날리더라도, 우리의 마음 한편은 여전히 겨울의 문턱에 서 있을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봄을 이야기할 때 홀로 겨울에 머문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괜히 더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마주한 계절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그 계절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풀어내고 있는지일 것일테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세상은 조용히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눈 덮인 땅속에서도 씨앗은 발아를 준비하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나무는 가지 끝에 잎을 피울 준비를 합니다. 겨울의 고요함은 정체가 아니라, 오히려 깊어지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마음의 겨울은 우리를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따뜻한 계절을 맞이할 힘을 기르기 위해 머무는 시간일지도요. 잠시 멈춘 것 같은 날들 속에서도 우리는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마음은 조용히 자신만의 봄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삶의 모든 계절에는 고유한 의미가 있습니다. 봄의 생동감도, 여름의 뜨거움도, 가을의 사색도, 겨울의 고요함도 어느 하나 불필요한 순간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조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계절을 살아내고 있고, 그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게 머무는 모든 계절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남기는 의미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그리고 새로이 찾아올 계절을 더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음 계절은, 견뎌낸 시간만큼 깊고 단단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나온 모든 계절을 품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겪어낸 시간만큼의 색채를 지닌 사람이 되어갑니다.

 

이 글은 계절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마음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봄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아직 겨울을 지나고 있겠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자기만의 속도로 계절을 건너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그 마음에도 분명 봄은 찾아올 것입니다.

 

 

그 봄은 어쩌면 화려하게 피어나는 순간이 아니라, 아주 작은 변화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문득 숨이 조금 가벼워지고, 이유 없이 창밖을 바라보게 되고, 마음속에 오래 머물던 추위가 조금씩 풀리는 날이 오겠지요. 계절은 늘 그렇게 바뀌어 왔습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도 삶은 우리를 다음 장면으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의 계절이 무엇이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겨울을 지나고 있는 마음도 충분히 의미 있고, 그 시간 끝에는 반드시 따뜻한 빛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결국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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