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음

[사설] 기초연금 축소 국민 이해 구하려면 공무원도 고통 분담을

권영구 2013. 9. 26. 10:12

 

[사설] 기초연금 축소 국민 이해 구하려면 공무원도 고통 분담을

 

입력 : 2013.09.26 02:58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가운데 소득액 기준으로 하위 70%에 대해서만 노인 기초연금을 월 10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겠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던 공약을 수정, 소득 수준 상위 30%는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소득 하위 70% 노인 391만명 가운데 38만명은 국민연금 불입기간에 따라 월 10만~ 20만원 미만의 기초연금을 받게 됐다. 기초연금 수령자 소득액은 정부 부처 전산망을 이용해 부동산·자동차 보유 여부, 금융소득 등 자산(資産) 조사를 통해 파악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현재 613만명에서 2020년 808만명, 2030년 1269만명으로 늘어난다. 당초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 정도(지금은 20만원이다가 차츰 늘어나게 됨)'를 지급하면 2020년엔 26조원이 필요하고 2040년엔 그 부담이 한 해 161조원까지 팽창한다. 우리 경제가 설사 고속 성장을 한다 해도 정부 재정이 이 부담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증세(增稅)를 통해 재정 부담을 늘리면 '우리가 번 걸 다 노인 연금으로 쓰는 거냐'는 젊은 세대의 반발이 나올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표를 모아준 노령 유권자의 비판을 무릅쓰고 기초연금 축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에게만 고통을 감수하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 이번 복지부 안(案)대로면 65세 이상 노인 중 30%는 기초연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된다. 20만원을 온전히 다 받지 못하는 노인 수급자들도 적지 않게 실망할 것이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면서 국민의 양해를 구하려면 정부와 공공 부문이 고통을 함께할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

올해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1조9000억원, 군인연금은 1조2500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군인연금은 올 6월 군인이 내는 돈을 올리면서 연금 수령액은 현재 수준으로 묶었다. 공무원연금도 2010년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고쳤지만 적자를 메꾸기 위해 지원하는 세금은 2030년엔 14조9600억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정부는 기초연금 축소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요청하려면 세금을 지원하는 다른 공적(公的) 연금들에 대한 개선을 약속하면서 대강의 일정표라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