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지식

성과보다 인간성 중시하는 시대의 간부사원과 인성

권영구 2012. 4. 17. 12:07

 

[O2/이슈]팀워크 깨는 ‘핏대 리더’ 퇴출 분위기…

EQ 높은 상사 전도양양

동아  기사입력 2012-04-14 03:00:00 기사수정 2012-04-15 13:52:58

 

성과보다 인간성 중시하는 시대의 간부사원과 인성

일러스트레이션=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A 선배, 오랜만입니다. 잘 살고 계시죠? 죄송하지만 기사를 준비하다 보니 선배 생각이 제일 먼저 나더군요. 선배를 ‘샘플’로 삼게 된 것은 나름대론 능력이 있지만 대인관계, 특히 아랫사람들과 관계가 좋지 않은 분이기 때문이에요.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지만 기사 내용이 결론적으로 선배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괴팍한 사람이 창의적?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괴팍한 천재’에 대한 믿음을 가져 왔어요. ‘괴짜’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창의적이며 훌륭한 업적을 낸다는 것이지요. 선배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 듯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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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그런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괴팍한 천재설에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기업들도 성격에 결함이 있는 리더들을 꺼리고 있거든요.

제가 최근 들은 얘기가 하나 있어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B 부장이란 사람을 영입했대요. 추진력이 무척 강해 별명이 ‘불도저’였대요.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겼는데 B 부장이 그 일을 단기간에 해결했어요. 그런데 결국엔 승진도 하지 못하고 권고사직 형태로 회사를 나왔다고 하더군요.

왜냐고요? 성과는 났지만 조직이 완전히 망가졌거든요. B 부장은 윗사람이 일을 맡기면 무조건 “됩니다. 빨리 해결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직원들을 몰아붙였어요. “너는 이런 것도 못해?”라며 막말과 모욕도 서슴지 않았고요. 그가 울리지 않은 여직원이 없을 정도였어요. 또 무조건 야근과 주말근무를 강요했어요.

그런 식으로 승승장구하던 B 부장에게 문제가 생긴 건 승진 관련 인사위원회에서였어요. 실적 평가는 좋은데, 위원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그의 승진을 반대했거든요. 결정권을 가진 임원이 부담을 느낄 정도였어요. 요즘엔 다면평가나 인사위원회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많아졌어요. 인성이나 리더십이 나쁜 사람은 그런 제도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말이에요. 그물코가 더 촘촘해졌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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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물’ 빨아먹는 약탈적 리더

왜 그런 분위기가 됐는지를 살펴보죠. 먼저 앞서 잠깐 얘기한 학문적 연구결과 이야기예요. 2007년 발표된 ‘총 또라이 비용(Total Cost of Jerks)’이란 개념이 있어요. 세계적 인사조직 전문가인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만들었지요. 그에 따르면 악질적 상사가 있는 기업에선 창의성과 단결심 저하, 근로의욕 감소, 인재 유출 같은 문제점이 생긴다고 해요. 서튼 교수는 이 모든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했어요. 그 결과 성격이 나쁜 상사가 직장에 끼치는 해악이 이익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약탈적 리더’라는 개념도 있어요. 이들은 아랫사람들의 진을 빼고, 회사가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하게 ‘뛰어난’ 실적을 내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이 한번 지나간 자리에선 후임자들이 결코 좋은 실적을 낼 수 없어요. 만약 사장이 그런 사람이었을 경우 회사가 쓰러지기도 하죠. ‘단물’을 다 빨렸으니까요.

요즘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이런 문제와 관련된 경험과 데이터가 예전보다 훨씬 많이 축적돼 있어요. 능력은 있지만 인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어떤 현상과 피해가 나타나는지를 수치로 뽑아낼 수 있다는 말이에요.

반대로 심성이 착한 사람을 썼을 때 성과가 올라간다는 근거도 많아요. 요즘에는 거의 모든 일이 팀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이에요. 팀워크의 기본은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에요. 프로 도박사 출신인 이태혁 씨의 책(‘사람을 읽는 기술’)에 ‘마피아도 착한 사람을 뽑는다’란 대목이 나와요. 친구인 러시아 마피아 조직원에게 직접 들은 말이래요.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직원 후보는 충성심이 높은 사람이며, 그중에서도 심성이 착하고 눈빛이 맑은 사람이 영순위랍니다. 심성이 착한 사람은 조직을 배신할 위험이 적다는 게 그 이유라나요. 물론 그런 사람이 팀워크도 좋겠지요.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세요? 그냥 부하직원들을 잘 ‘조지면’ 성과가 나는데 굳이 눈치까지 봐야 하느냐고요? 음…, 그건 선배가 잘 몰라서 하는 얘기 같은데요. 외국에선 이미 고위급 임원을 뽑을 때 감성지수(EQ)가 높은 사람을 선택하거나 핵심인재 이탈률에 따라 리더를 평가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어요. 상사의 괴롭힘(Power Harassment)과 관련한 소송도 많아요.

인간의 본성을 생각해 봐도 리더십 측면의 결론은 명확해요. 인간의 뇌는 대뇌피질(이성적 사고)이 ‘파충류의 뇌’(감성을 좌우)를 둘러싼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대뇌피질에서 결정을 내리면, 이 정보가 파충류의 뇌를 지나 신체로 전달되지요. 쉽게 말해 아무리 이성적으로 옳은 것도 감성적으로 납득되지 않으면 실행이 잘 안 된다는 말이에요.

그래도 성질 죽이지 않고 살고 싶다고요? 그럼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째는 스티브 잡스처럼 ‘신적인 존재’가 되는 거예요. 잡스 정도면 성격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도 직장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게 아니면 회사에 관리자가 아닌 전문가로 남게 해달라고 해 보세요. 둘 다 쉽지 않죠? 그럼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도움말=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한광모 타워스왓슨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