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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밀국수의 神'이 말하는 면 만들고 먹는 법

권영구 2010. 7. 22. 10:36

딱 30초 삶아 3분의 1만 찍어 먹어라

  • 입력 : 2010.07.21 03:02 / 수정 : 2010.07.21 07:13

일본 '메밀국수의 神'이 말하는 면 만들고 먹는 법
메밀·밀가루 비율은 8대2… "음식은 재료가 성패 갈라"… 직접 재배하고 제분까지

일본에서 '메밀국수의 신(神)'으로 불린다는 장인을 만나러 가니 허리가 약간 굽은 이가 어색한 듯 인사를 건넸다. "수십년 고정된 자세로 반죽하다 보니 이렇다"고 했다. 바짝 깎은 머리에는 흰 수건을 맸다. "머리가 커서 요리사 모자가 안 맞아 대신 두른다"고 했다. 40년간 메밀국수 하나만을 만들어온 다카하시 쿠니히로(高橋邦弘·66). 일본에서 '신' '메밀국수의 신선'으로 불린다는 그가 지난 14일부터 5일간 서울 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에서 즉석 메밀국수를 선보였다.

저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다카하시 쿠니히로는 40년간 메밀국수를 만들어 왔다. 신라호텔 초청으로 한국에 왔던 다카하시가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을 편백나무 밀대로 얇게 밀어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메밀 인생은 스물일곱 살 때 시작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메밀국수 장인이 되고 싶었지만 부모는 번듯한 회사원이 되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냉난방 설비업체에 다녔다. 머릿속에는 메밀국수가 떠다녔다. 4년 뒤에 기어이 한 메밀 장인의 제자로 들어갔다.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본점이 아닌 지점에서 배우게 됐다. 저혈압으로 고생하던 지점장이 늦은 아침잠을 즐기는 동안 파 다듬고 무 썰고 밑 재료 준비를 도맡았다. 음식의 승부는 재료에서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립해 가게를 차리면서 나가노현에 농장을 마련해 직접 메밀을 재배했다. 지금은 나가노 외에 홋카이도, 이바라키 등 3곳에서 메밀을 공급받는다.

예로부터 밀이 많이 나는 관서지방은 우동, 관동지방은 메밀국수로 유명하다. 그의 가게는 관서 지역 히로시마현 야마가타군에 있다. "왜 거기에 가게를 열었느냐고? 내 맘이지." 재차 이유를 물으니 "물맛이 좋아서"라고 한다. 가게는 두메산골 외진 곳에 있다. 17명이 앉으면 꽉 차는 식당에 하루 150명이 찾아온다. 식당 옆에는 제분소가 붙어 있다. 날마다 소량 제분해서 정해진 양만큼만 판다. '신'이 빚어내는 메밀국수는 한 그릇에 700엔(9700원).

다카하시가 만든 메밀국수. 씹을수록 단맛이 돈다. 소스에 쓰이는 간장은 전통 간장만 쓴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간판도 없다. 문 앞에 세워놨더니 누가 훔쳐갔다. 다카하시는 "적(敵)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그게 12년 전이다. 필요 없다 싶어서 다시 안 만들었다. "정말 먹고 싶으면 찾아오겠지."

그가 생각하는 메밀과 밀가루 혼합의 최적 비율은 8대2. 왜? "그게 제일 맛있으니까." 온메밀은 만들지 않는다. "그거 없어도 손님 와." 기자의 채근에 "온메밀은 아무리 좋은 메밀을 써도 뜨거운 국물에 맛과 향이 묻혀버린다"고 했다.

도마 앞에 설치된 유리창 너머에서 '신'의 반죽이 시작됐다. 준비된 것은 1.5㎏의 밀가루와 메밀가루. 우동은 반죽 후에 발효 과정을 거치지만 메밀국수는 생면을 먹는다. 그만큼 반죽이 중요하다. 메밀가루 분자 하나하나에 수분이 들어가도록 손가락을 세워서 굴려줘야 한다. 공기가 들어가면 면이 끊어지고 탱탱함이 떨어진다.

반죽에 물을 붓고 덩어리로 만드는 데 10분이 걸린다. 10분간, 장인의 엄숙한 표정은 한 치도 흔들림이 없었다. 반죽을 얇게 펴기 위해 편백나무로 만든 밀대 3개가 동원됐다. 좌우를 맡은 밀대와 위아래를 맡은 밀대가 다르다. 면을 자를 때가 되자 넓적하고 날 선 칼이 등장했다. 칼이 지나는 자리마다 기계로 자른 듯 정연하고 단정한 면발이 생겨났다. 면발은 딱 30초만 삶는다. 그의 메밀면은 약간 꼬들꼬들하면서 씹을수록 단맛이 강해졌다. 신의 손에서 향이 더해졌는지, 구수함이 옥색의 면발을 타고 코끝으로 감겨온다.

일본식 메밀국수와 한국식 메밀국수는 찍어 먹는 소스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일본식은 가쓰오부시가 들어간 다소 짠 소스에 살짝 찍어 먹지만, 한국식은 주로 멸치로 맛을 낸 소스에 듬뿍 담가 먹는다. 다카하시는 "면을 3분의 1 정도만 소스에 찍어 먹으라"고 했다. 그의 비법이 담긴 메밀국수는 내달 2일까지 '파크뷰'에서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