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밀국수의 神'이 말하는 면 만들고 먹는 법
메밀·밀가루 비율은 8대2… "음식은 재료가 성패 갈라"… 직접 재배하고 제분까지
일본에서 '메밀국수의 신(神)'으로 불린다는 장인을 만나러 가니 허리가 약간 굽은 이가 어색한 듯 인사를 건넸다. "수십년 고정된 자세로 반죽하다 보니 이렇다"고 했다. 바짝 깎은 머리에는 흰 수건을 맸다. "머리가 커서 요리사 모자가 안 맞아 대신 두른다"고 했다. 40년간 메밀국수 하나만을 만들어온 다카하시 쿠니히로(高橋邦弘·66). 일본에서 '신' '메밀국수의 신선'으로 불린다는 그가 지난 14일부터 5일간 서울 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에서 즉석 메밀국수를 선보였다.- ▲ 저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다카하시 쿠니히로는 40년간 메밀국수를 만들어 왔다. 신라호텔 초청으로 한국에 왔던 다카하시가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을 편백나무 밀대로 얇게 밀어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예로부터 밀이 많이 나는 관서지방은 우동, 관동지방은 메밀국수로 유명하다. 그의 가게는 관서 지역 히로시마현 야마가타군에 있다. "왜 거기에 가게를 열었느냐고? 내 맘이지." 재차 이유를 물으니 "물맛이 좋아서"라고 한다. 가게는 두메산골 외진 곳에 있다. 17명이 앉으면 꽉 차는 식당에 하루 150명이 찾아온다. 식당 옆에는 제분소가 붙어 있다. 날마다 소량 제분해서 정해진 양만큼만 판다. '신'이 빚어내는 메밀국수는 한 그릇에 700엔(9700원).
- ▲ 다카하시가 만든 메밀국수. 씹을수록 단맛이 돈다. 소스에 쓰이는 간장은 전통 간장만 쓴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가 생각하는 메밀과 밀가루 혼합의 최적 비율은 8대2. 왜? "그게 제일 맛있으니까." 온메밀은 만들지 않는다. "그거 없어도 손님 와." 기자의 채근에 "온메밀은 아무리 좋은 메밀을 써도 뜨거운 국물에 맛과 향이 묻혀버린다"고 했다.
도마 앞에 설치된 유리창 너머에서 '신'의 반죽이 시작됐다. 준비된 것은 1.5㎏의 밀가루와 메밀가루. 우동은 반죽 후에 발효 과정을 거치지만 메밀국수는 생면을 먹는다. 그만큼 반죽이 중요하다. 메밀가루 분자 하나하나에 수분이 들어가도록 손가락을 세워서 굴려줘야 한다. 공기가 들어가면 면이 끊어지고 탱탱함이 떨어진다.
일본식 메밀국수와 한국식 메밀국수는 찍어 먹는 소스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일본식은 가쓰오부시가 들어간 다소 짠 소스에 살짝 찍어 먹지만, 한국식은 주로 멸치로 맛을 낸 소스에 듬뿍 담가 먹는다. 다카하시는 "면을 3분의 1 정도만 소스에 찍어 먹으라"고 했다. 그의 비법이 담긴 메밀국수는 내달 2일까지 '파크뷰'에서 맛볼 수 있다.